[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시중은행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6월 말 인터넷은행의 대출잔액은 전달 대비 약 91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고신용자들이 투자 목적의 대출을 줄인 반면, 생활비 및 긴급자금 목적으로 대출을 하려는 중저신용자가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6월 말 여신잔액은 39조 7463억원으로 전달 대비 약 9118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카뱅이 26조 816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2718억원 증가했고, 케뱅이 8조 7300억원으로 약 2400억원 증가했다. 토뱅은 4조 2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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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시중은행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6월 말 인터넷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대출잔액은 전달 대비 약 91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각사 제공 |
3사의 여신잔액은 올들어 매월 증가세를 보이면서 6개월 전인 지난해 연말 33조 4829억원에 견줘 약 6조 2634억원 늘었다. 6개월째 역신장 중인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대비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대비 1조 4094억원 감소한 699조 6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에 견줘 약 9조 4009억원 감소한 셈이다.
3사의 여신 흐름을 살펴보면, 고신용자 대출은 줄어든 반면, 중·저신용자 대출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주식·부동산·가상자산 시장이 대폭 조정받으면서 지난해처럼 대규모 자금을 끌어쓰려는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급전을 빌려 쓰던 중·저신용자들이 3사의 포용금융 정책에 힘입어 대거 유입됐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자금 목적은 대부분 생활비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많이 받았던 중저신용자들이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대거 이동한 영향으로 본다"면서 "현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시기는 아닌 만큼, 생활비 목적의 자금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관계자도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저렴하고 편리하다 보니 필요에 따라 대출을 받으려는 것 같다"며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목표치가 올라가고 있고, 관련 소식에 대해 중저신용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폭넓게 유입되는 영향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 부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씬파일러(thin filer)'들을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으로 포용한 영향도 큰 모습이다. 씬파일러는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3년간 대출 실적이 없어 신용평가가 어려운 계층이다. 주로 경제활동이 부족한 은퇴자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CSS를 자체 개발한 토뱅은 포용금융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홍민택 토뱅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토스뱅크는 그 동안 평가가 어려워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릴 수 없었던 중저신용고객을 위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인 '토스 스코어링 시스템(TSS)'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저신용고객 4명 중 1명이 고신용자로 재평가되는 크레딧 빌딩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해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3사는 2분기에도 목표치 달성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말 3사의 포용금융 비중은 카뱅 19.9%, 케뱅 20.2%, 토뱅 31.4%(6월 말 36%) 등이다. 올 연말까지 카뱅·케뱅이 각 25%, 토뱅이 4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수신잔액은 은행별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이다. 6월 말 수신잔액을 살펴보면, 카뱅이 33조 180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1989억원 줄었고, 케뱅은 12조 1800억원으로 전달 11조 3300억원 대비 약 8500억원 증가했다. 금리상승 영향으로 은행들이 수신상품 금리를 전반적으로 인상한 가운데, 특판경쟁까지 벌이면서 은행별로 증감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반면 주거래은행으로 이용 중인 충성고객의 수신잔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카뱅 관계자는 수신잔액 감소에 대해 "요구불예금은 계속 늘어났지만, 저축성예금에서 소폭 감소했다"며 "(금리상승기부터) 카뱅이 금리가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은행들이 특판상품을 내놓으면서 자금이 (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뱅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충성고객'들은 자금을 계속 유치했지만, 금리변화에 민감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일부 이탈했다는 설명이다.
케뱅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자금 유입이 컸다"며 "지속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올린 데다, 특판 이벤트도 하면서 수신잔액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케뱅은 지난달 1일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정기예금'의 금리를 최대 연 3.5%(3년 납입)로 인상했고, 적금상품 '코드K 자유적금'의 금리를 최대 연 5.0%(3년 납입)로 특판에 나섰다. 1만좌 한정이었던 적금은 출시 이틀 만인 3일 가입 좌수 10만 4229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자 대기자금도 꾸준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뱅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면서 수신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가상자산 (가격)이 최근 좀 떨어졌어도 시장이 어느 정도 정착한 만큼, 가치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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