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달 동안 KRX 은행 지수 20% 가까이 빠져…향후 전망도 '불투명'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이자 장사’를 경고하면서 은행주에 투자한 개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시증 은행들이 높은 금리의 예적금 출시, 대출 금리 인하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서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이자 장사’를 경고하면서 은행주에 투자한 개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4일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1250원(2.59%) 하락한 4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KB금융은 이날 장중 4만64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보다 1450원(3.64%) 내린 3만8350원으로 장을 끝마쳤다. 장중에는 3만7650원까지 추락하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밖에 국내 4대 금융지주 종목인 신한지주(-1.72%), 우리금융지주(-2.92%) 등도 약세를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리 상승 수혜주로 꼽히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5월까지만 해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등에 업고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은행주는 지난달 돌연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은행주 9개가 포함된 KRX 은행 지수는 19.91%나 빠졌다. 6월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788.03이던 지수는 30일 631.10으로 장을 종료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21.29%), 철강(-21.06%)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은행주를 각각 310억원, 840억원어치씩을 팔아 치웠다. 

은행주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은행권 조이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나아가 대출금리 상향 기조를 잡겠다는 뜻도 전했다. 

정치권 역시 은행 압박에 나섰다. 같은달 28일 여당은 국회에서 민생물가안정특위를 열고, 은행권에 예대 마진 점검을 주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5대 금융그룹이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면서 “업계 차원에서 예대 금리 격차를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의 압박에 국내 대형은행들은 신규 가계대출 금리를 속속 인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 5%를 상회하는 금리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의 금리를 향후 1년 동안 5%로 일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즉 5% 초과분을 1년간 은행이 부담하겠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건 셈이다.

증권가에선 하반기에 은행 실적이 기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분기에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가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규제 리스크 등 센티멘트 악화 요인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며 은행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3배까지 하락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추세적인 반등은 제한적이고 코스피 대비 초과 상승세 전환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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