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새 정부의 첫 번째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국민들이 낸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에 걸쳐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 회의실에서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갖고 "복잡한 재정준칙은 지키기 어렵다. 단순하되 합리적인 준칙을 만들어서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2017년 600조 원이었던 국가채무가 400조 원이 증가해서 금년 말이면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 규모와 속도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러한 재정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는 또다시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며 "당면한 민생 현안과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부터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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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3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그러면서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서 기관 보유의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 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는 그런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재정이 민간과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성장을 제약하지 않았는지, 이른바 구축효과가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면밀하게 살펴볼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 조정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절약한 재원은 꼭 필요한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워진다"며 "진정한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을 긴축해서 조성된 자금으로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 집행과 교육 분야의 개혁도 이날 윤 대통령이 제시한 과제 중의 하나다.
윤 대통령은 "초격차 전략기술의 육성, 미래 산업 핵심 인재 양성과 같이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사업에는 과감하게 돈을 써야 된다"며 "병사 봉급 인상 등 국민께 약속한 국정과제는 절약한 재원으로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도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며 "초중등 학생 수가 감소하는 교육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지방대학을 포함한 대학 교육에도 충분히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이날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강조한 것은 국회와의 협치다.
윤 대통령은 "이런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국회와 충분히 소통해서 초당적 협력을 이뤄낼 수 있도록 대통령실과 정부 각 부처가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재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며 "나라의 재정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내는 재정 운용 전략을 다 함께 마련하자, 비상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이날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및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정부·대통령실 관계자 26명이 참석했고, 민간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곽노정 SK 하이닉스 대표이사·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등 전문가·석학 9명이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오전·오후에 걸쳐 1~4세션을 소화하며 새 정부 재정의 정책과제, 성장동력의 재가동, 핵심인재 양성 방안, 고등교육 혁신방안, 일자리정책 패러다임 전환 방안, 성장-복지 선순환 전략 등에 대해 고견을 나눴다.
또한 참석자들은 고강도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 민생경제 안정, 취약계층 보호 등 재정이 해야 할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기업인, 연구자 등 다양한 민간 전문가가 발제와 토론에 적극 참여하여 정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재정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