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대출 막아온 '인뱅' 대중반감 프레임 씌일까 노심초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은행들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를 매달 공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으로선 시중은행보다 금리격차가 클 수밖에 없어 대중반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리 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각 은행이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공시해 온 예대금리차를 매달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예대금리 공시를 통해 업계 경쟁을 확대하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가파른 금리상승 여파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른 데 비해 예금금리 인상폭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당국이 사실상 개입에 나선 것이다.

   
▲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사진=각사 제공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당국이 은행권의 영업수익·원가구조에 지나치게 개입해 제도 취지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당국의 지시로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업계는 발등에 불 떨어진 꼴이다. 고신용자 대출을 옥죄고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인터넷은행으로선 예대금리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당국은 이 점을 의식해 평균 예대금리차 외에도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을 함께 공시해 은행별 특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평균의 함정'을 우려,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여질까 노심초사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 공시가) 정교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현행 은행연합회에 고시된 등급별 금리는 전 은행이 이를 통일된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아 소비자로부터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안으로 나온) 신용점수별 공시는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금리/수수료 비교공시 사이트에는 예금과 대출을 상품 특성 및 은행별로 취사선택해 등급별로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1~2등급 △3~4등급 △5~6등급 △7~8등급 △9~10등급 순으로 나뉘며 평균금리가 함께 자리한다. 

차주가 1~2등급 내 고신용자 범위에 들더라도 신용점수 바로미터인 'KCB 점수'를 놓고 보면 차주별로 점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전 은행이 같은 기준으로 금리를 공시해야 투명하다는 설명이다. 현재처럼 등급별 공시는 신용점수에서 격차가 커 대출을 희망하는 예비 차주가 단순 비교하기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평가다. 

당국의 대출금리 기준이 상품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 시장을 늘리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전체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담보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겼지만 케이뱅크는 20%대에 불과하다. 케뱅과 토스뱅크로선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아 카뱅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평균금리에 (주택)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있는데 은행마다 포트폴리오 비중이 제각각"이라며 "예대금리 격차만 놓고 보면 저금리의 담보대출 비중이 많은 시중은행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히 논하려면 가계신용대출 평균 예대차, 가계담보대출 평균 예대차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은행 금리가 더 낮지 않다는 인식이 많아지면 신규 고객들이 대출 조회조차 안 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최근 채권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급등이 중금리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부정적이다. 중·저신용자들이 기존 2금융권에서 받던 금리보다 훨씬 저렴하게 대출을 받게 됐지만 '예대금리차'라는 기준만 놓고 보면 이들을 신규 고객으로 포용함으로써 예금금리와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여파로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을 중단했다가 최근에서야 제한적으로 풀어놓은 점도 한 몫 한다. 업계 1위인 카뱅의 경우 지난달부터 제한적으로 고신용자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러한 우려에도 중금리대출 목표를 연말까지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월 말 3사의 포용금융 비중은 카뱅 19.9%, 케뱅 20.2%, 토뱅 31.4%(6월 말 36%) 등이다. 올 연말까지 카뱅·케뱅이 각 25%, 토뱅이 4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들의 수신 규모가 적은 것도 부정적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수신상품을 만들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온 시중은행들에 견줘 인터넷은행들은 상품 규모 면에서 열위에 있는 까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예·적금 상품이 적어 예대금리 산정방식이 단순한 반면, 타행은 상품이 굉장히 많다. 당국이 예대금리차를 (어떤 기준으로) 계산할 지 궁금하다"며 "(새로운 기준이) 자칫 평균의 함정처럼 정확하게 보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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