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8일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심폐 정지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했다. 

   
▲ 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아베 전 일본 총리 피격 소식을 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아베 전 총리 치료를 담당한 나라현립의과대학부속병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 3분에 사망했다”면서 “병원 이송 당시부터 심폐정지 상태였던 아베 총리를 살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총격으로 인해 아베 전 총리가 목 2곳과 심장에 손상을 입었다”며 “과다 출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오사카시에서 32㎞ 가량 떨어진 나라현 나라시에서 가두연설을 벌이던 중 갑작스런 총격에 쓰러졌다. 

용의자는 전직 해상자위대 출신의 41세 야마가미 데쓰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사에서 8년 8개월의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정치인이다. 집권 자민당 내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2006년 52세에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1년만에 조기 퇴진했지만, 2012년 재집권한 뒤 '독주 체제'를 이어 왔다. 총리 보좌 기관인 총리관저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관료들에 대한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했다. 당내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이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7년 8개월간 이어졌다.

그러나 '무소불위 권력'도 건강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0년 9월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했다. 

그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으나 여론 악화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겠다면서 '아베노믹스'를 앞세웠지만 뾰족한 성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아베 전 총리는 집권 기간 비교적 정치를 안정시키고 현실주의 노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일 관계측면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집권 기간은 그야말로 '악화일로'였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노동자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 차원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 외교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참의원 선거 투표를 이틀 앞둔 가운데 벌어진 아베 전직 총리 피격 사건에 일본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방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리관저로 복귀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가 이뤄지는 가운데 일어난 비열한 만행으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최대한 엄중한 말로 비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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