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프로그램' 발표
고금리 공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7%대를 뚫었고, 연내 8%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금리 8%대' 진입을 앞둔 가운데 치솟는 금리에 따른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금리인하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제공.
 

은행의 금리 인하 움직임 속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한은행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 행보다. 대다수 은행에서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수준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노리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 상단을 제한해 나머지 초과 금리를 은행이 떠안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우대금리를 확대하면 고객이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3일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6월 말 기준 연 5% 초과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 중인 고객의 금리를 향후 1년간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주담대 금리가 연 5.6%라면 고객은 연 5% 금리만 부담하고 나머지 연 0.6%는 은행이 떠안겠다는 것이다. 고객에 대한 신용도 평가 없이 금리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조치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지난달 21일 여신 유관부서 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가계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을 걱정하는 취약차주를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이번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규 주담대는 최대 0.3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금리 상한형 주담대의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연 0.2%의 가산금리를 은행이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또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보증금 3억원 이하 전세대출 고객을 위해 2년간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금융채 2년물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11일부터 시행되는 고금리 개인사업자 대출과 서민금융 지원 대출 금리를 감면하기로 했다. '하나(HANA)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 7%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개인사업자의 만기 도래 시 연 7%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최대 1%포인트까지 지원한다. 또 서민대출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 신규 고객에게도 최대 연 1%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고신용자 1~8등급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 금리를 고신용자 9~10등급에도 확대 적용했고, NH농협은행은 이달 초부터 신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인하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금리인하 움직임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경고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강도 높은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달 20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선 취임 후 은행장들과의 첫 간담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3일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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