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대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지난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첫 사례다. 초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 등에 따른 '한미간 금리역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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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한은은 13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존 연 1.75% 수준의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연 1.25%→1.50%)과 5월(연 1.50%→1.75%)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데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세 달 연속 금리인상' 기록을 써냈다.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세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증권가를 포함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등 대다수 기관 등도 최근 국내의 각종 물가 지표를 근거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올라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5월(5.4%) 상승폭보다 0.6%포인트 확대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상승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외식 등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물가상승률이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지만, 문제는 아직 고점에는 도달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가스·수도요금이 모두 오르고, 농축수산물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속도를 유지한다면 7%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물가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이어가면서 '한미간 금리역전'에 대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금리역전이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이에 따른 물가상승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1.50~1.75% 수준이다. 다만,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간 금리역전은 불가피하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대출금리도 더 오를 전망이어서 가계에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무리하게 대출을 크게 확대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 및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의 신용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32만2000원 늘어나는 셈이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2.2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성장세가 약화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었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주가가 상당폭 하락하였으며 주요국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등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였으며 설비투자는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금년중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여타 품목도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6%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하였다.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
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상당기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장기시장금리가 국내외 정책금리 인상 기대로 상당폭 상승하였으며, 주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큰 폭 하락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미 달러화 강세에 영향받아 큰 폭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하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내었다.
이같은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50bp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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