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주연 손흥민은 빛났고, 주요 조연 및 등장인물 모두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여름 밤 무더위를 날린 리얼 축구 드라마였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강팀 토트넘 홋스퍼와 K리그 스타들이 모인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토트넘의 프리시즌 한국 투어 두 차례 친선경기 가운데 1차전이었다.

경기 결과는 토트넘의 6-3 승리. 두 팀이 화끈하게 맞붙어 무려 9골이나 터져나왔으니 시원한 골 잔치가 벌어진 경기였다. 친선경기라고 해서 선수들이 설렁설렁 플레이를 펼쳐 많은 골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저마다 기량을 뽐내기 위해 애썼고,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 손흥민이 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토트넘의 6골은 에릭 다이어의 선제골, 팀 K리그의 자책골(김진혁), 그리고 쌍포 해리 케인과 손흥민이 2골씩 넣은 것이었다. 팀 K리그에서는 조규성(김천), 라스(수원FC), 아마노(울산)가 골 맛을 봤다.

더블 스코어가 났지만 토트넘의 일방적인 걍기도 아니었다. 후반 초반까지 두 팀은 2-2로 맞섰고, 후반 중반까지도 토트넘이 4-3으로 한 골 앞설 뿐이었다. 후반 28분 손흥민의 단독 돌파를 파울로 저지했던 김동민(인천)이 퇴장을 당한 이후 토트넘이 2골을 추가해 스코어가 벌어졌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손흥민일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이 한국 투어에 나선 것은 물론 손흥민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2분 교체 출전해 절반 정도만 뛰었지만 두 골을 터뜨려 주연다운 활약을 했다.

손흥민을 더욱 돋보이는 주연으로 만들어준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토트넘 동료들, 그리고 팀 K리그의 기획과 배려(?)도 있었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 대기시켰다가 후반 2분 교체 투입했다. 어차피 손흥민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없는 경기였다. 프리시즌 친선경기여서 선수들에게 골고루 출전 기회를 줘야했고, 무더위 속 이틀 휴식 후 16일 치러는 세비야(스페인)와 다음 경기를 고려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신경써야 했다.

손흥민은 하프타임 후 후반 들며 교체 출전도 가능했다. 함께 벤치 멤버로 시작했던 해리 케인은 그렇게 했다. 그런데 콘테 감독은 후반 시작 직후인 2분께 손흥민을 내보냈다. 한국 관중들에게 더 큰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로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다. 손흥민의 등장을 기다려온 팬들은 당연히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줬다.

손흥민의 첫번째 골은 페널티킥에 의한 것이었다. 아마노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토트넘의 실전 경기에서 페널티킥 키커는 거의 케인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친선경기에서 확실한 골 찬스가 나자, 케인 포함 팀 동료들은 당연한 듯 손흥민에게 기회를 줬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고 찰칵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의 후반 40분 두번째 골은 팀 K리그의 수비 실수에 의한 것이었다. 페널티박스 앞에서 볼을 돌리던 김지수(성남)가 제대로 컨트롤을 못해 손흥민이 있는 쪽으로 볼을 보냈다. 재빨리 볼을 가로챈 손흥민은 수비와 골키퍼를 따돌리고 마무리 골을 작렬시켰다. 관중들은 손흥민의 두번째 세리머니를 볼 수 있었다.

   
▲ 손흥민이 경기 후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주연 손흥민은 2골 활약 외에도 바빴다. 경기 후에는 토트넘 동료들은 물론 팀 K리그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특히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손흥민을 더 돋보이게 했던 어린 후배 김지수의 등을 토닥이며 기죽지 말라고 격려했다.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두 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간판 골잡이의 기량을 감상하게 해준 케인, 수준급 슛 실력으로 골을 터뜨린 조규성과 라스, 아마노 모두 훌륭한 조연이었다.

경기 전까지 폭우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약 6만4000석을 꽉 채우고 토트넘의 멋진 플레이와 팀 K리그의 선전에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 축구팬들 역시 훌륭한 드라마를 함께 연출해낸 든든한 출연진이었다.

다만, 한 가지 옥에 티도 있었다. 김동민에 대한 주심의 퇴장 조치였다. 김동민이 손흥민에게 단독 찬스를 내주지 않기 위해 뒤에서 파울을 했지만 다이렉트로 레드카드를 꺼낼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친선경기였다. 골을 서로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던 경기가 퇴장으로 수적 우열이 나뉘면서 균형이 무너졌다. 경고 정도로 넘겼다면 더욱 완벽한 친선경기 드라마가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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