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별 대책마련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현장 찾아 취약차주 지원 등 구두지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취약차주의 빚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금융부문에 '125조원+a'를 투입하는 민심 달래기 행보에 나섰다. 정부는 금리 상승기 속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 대상자별로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환, 채무조정, 신규 자금지원 등의 대책을 펼칠 방침이다.

14일 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무상담에 나선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 현업 종사자들과 금리 상승기 속 소상공인, 주택 구입자, 청년 등 대상자별 상환 부담 경감방안을 논의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취약차주의 빚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금융부문에 '125조원+a'를 투입하는 민심 달래기 행보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8일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채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코로나로 대출이 늘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불안한 마음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 청년들 모두가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정부는 크게 △자영업자‧소상공인 금융애로 완화 △주거 관련 금융부담 경감 △청년 등 재기지원을 위한 채무조정 강화 △서민‧저신용층 금융지원 보완 및 민생범죄 근절 등 4가지 부문에 전방위적 지원을 시사했다. 

우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채 상환부담을 상환능력에 맞게 조정해 이들의 재기를 도울 계획이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대응 금융구호로 진행한 '상환유예' 조치를 오는 9월 종료하는 대신, 10월부터 원금감면, 장기·저리 대환대출 등 상환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점진적인 상환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10월 1일부터 차주, 금융권, 정부가 대출 부실위험을 분담해 상환부담을 줄이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한다. 

또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로써 거치기간을 최대 1~3년으로 확대하고, 상환기간을 최대 10~20년으로 늘려 월상환부담을 줄인다. 또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이자·원금을 60~90%까지 과감하게 감면해준다. 8~9월 시행령 등을 개정하고 전산을 구축해 9월 하순경 시행한다. 

금융권에서 연리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에게는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금융위(신용보증기금)와 중기부가 합심해 8조 7000억원을 편성할 방침이다. 관련 규정을 개정해 9월 금융권과 협약을 맺고 그달 하순경부터 시행한다. 또 리모델링 및 사업내실화 등에 필요한 자금을 이달 중 지원한다. 두 기관이 42조 2000억원을 꾸린다. 

정부는 주거 관련 금융부담도 덜어줄 방침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로 이용한 차주에게는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을 9월 중 추진한다. 이 사업에 정부는 올해 2차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서 각 20조원을 각출, 40조원을 투입한다. 우선 올해는 예산 투입 없이 안심전환대출에 5조원을 추가 반영해 25조원을 투입하고, 저소득 청년층에게는 0.1%p의 금리를 추가 인하해준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1090억원을 출자한다. 또 월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금공은 주담대 정책상품의 최장 만기를 8월 중순께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세 등 실수요자에게는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저리 전세대출 보증한도를 확대한다. 주금공의 전세대출보증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4억원으로, 보증비율은 90~100%로 각각 확대한다. 특히 국토부 주관으로 청년층에게는 '버팀목 전세대출'의 전세금 상한을 기존 1억 2000만원(수도권 3억원)에서 1억 8000만원(4억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세값 폭등으로 '월세화'가 빨라진 가운데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전세 세입자들이 쏟아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월세 대출 원리금상환액의 소득공제를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채무상담에 나선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 현업 종사자들과 금리 상승기 속 소상공인, 주택 구입자, 청년 등 대상자별 상환 부담 경감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사진=대통령실 제공


금리상승 속 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를 뜻하는 '예대금리'가 화제인 가운데, 정부는 '월별 비교공시'를 내달 도입해 소비자도 예대금리차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3분기 중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정비해 은행권의 금리산정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주식·가상자산 시장의 열풍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족(族)들이 대거 쏟아진 가운데, 정부는 투자 실패에 따른 청년·서민들의 재기지원도 돕는다. 우선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신속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을 만들어 11만명을 구제할 방침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이자감면(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 30~50%)과 상환유예(최장 3년까지 이자율 3.25% 적용) 등을 지원한다. 

캠코는 2조원으로 꾸려진 개인연체채권 매입펀드의 신청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한다. 펀드는 은행에서 3월 이상 연체된 가계 신용대출채권을 직접 매입해 원금을 감면한다. 또 금융권-신복위-법원 간 협의체를 신설해 취약차주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권은 자체 프리워크아웃을, 신복위와 법원은 '패스트트랙'을 활성화해 청년·서민층의 사회복귀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민 저신용층 등 제도권 금융 소외계층의 생계안정을 위해 정책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민‧취약계층에게는 연내 10조원을 편성해 정책서민금융상품에 공급할 방침이다. 지난 5개년 평균 공급액은 7조 9000억원 수준이었다. 계층별로 청년에게는 햇살론유스 공급액을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이미 확대했다. 최저신용자에게는 특례보증으로 2400억원을 공급한다. 서민금융진흥원 내규개정을 9월까지 거쳐 10월 초 시행할 예정이다.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햇살론 공급액을 2조 4000억원에서 2조 6000억원으로 각각 증액한다. 

특히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 등 은행권의 저소득층 대상 금리우대 상품을 활성화하고,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점검‧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많은 청년들이 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장 10년의 장기 자산형성 상품도 내년께 출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부문별 지원대책을 최대한 신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법개정 등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능한 정책들은 다음달부터 즉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금융리스크 대응 TF'를 꾸려 리스크요인을 점검 및 대응하고, '취약부문 금융애로 대응 TF'를 마련해 현장소통 및 추가지원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후 신한은행 남대문지점을 찾아 은행권의 취약차주 지원을 격려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