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통화 긴축 여파에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자금 조달 환경 악화·외채 상환 부담 '이중고'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연합뉴스가 국제금융센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다수 신흥국 통화가치가 연초 대비 5% 이상 하락했다.

라오스(-25.5%)를 비롯해 터키(-21.4%), 아르헤티나(-17.7%), 이집트(-16.4%) 등 일부 국가는 15% 이상 하락세를 띄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대다수 신흥국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물가 안정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같은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악재라는 평가다.

신흥국은 선진국 통화 긴축 여파로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고 외채 상환 부담은 커지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20개 신흥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달러 표시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평균 24.6%로 지난 2019년 말 대비 1.1%포인트 올랐다.

신흥국 채권·주식시장에서는 지난 6월 40억달러가 순유출되는 등 4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일부 신흥국에서는 ‘도미노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러시아, 스리랑카에 이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 5개국을 꼽았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신흥시장 국가의 30%, 저소득국의 60%가 채무 곤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키스탄은 대외부채 급증 및 물가 폭등, 외환보유액 감소 등으로 경제 위기에 처하면서 지난 5월 말 외화 절약을 위해 자동차 등 비필수 사치품 수입을 금지했다. 또 실무협상을 통해 IMF에서 11억7000만달러를 추가로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네팔은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자동차와 술, 담배, 다이아몬드 등 비필수품 수입을 금지했다. 방글라데시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져 IMF와 40억~45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파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상당수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는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경쟁인 ‘역환율 전쟁’ 발발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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