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부귀와 욕망 탈출…삶의 여유와 자아를 찾는 길라잡이

<청소년 채근담>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홍자성, 엮음 : 박정수, 출판 : 매월당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장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채근담>을 95가지를 간추려 정리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어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채근담>은 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이 쓴 생활철학서이다. 올곧은 사람으로서의 몸가짐과 마음의 자세를 가르쳐 주는 동시에, 너무도 당연해서 소홀히 했던 말들을 되새겨 읽음으로써 그 말이 지닌 깊은 의미를 깨달아 흐트러진 자신을 추스를 수 있게 해주는 처세론이다.

홍자성의 채근담은 전집 225장과 후집 134장 총359장으로 구성된 짧은 어록이다. 주로 전편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말하였고, 후편에서는 자연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하였고, 인생의 처세를 다루고 있다. 채근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한다.
책 제목의 ‘채근’은 송나라의 학자 왕신민(汪信民)이 “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채근담>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우화나 이야기 등을 현대에 맞게 정리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원문의 어려운 한자와 어휘에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 청소년들도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험난한 세상에서 필요한 삶의 지혜와 교훈,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서수도덕자(棲守道德者)는 적막일시(寂寞一時)하고 의아권세자(依阿權勢者)는 처량만고(凄凉萬古)니라. 달인(達人)은 관물외지물(觀物外之物̖)하고 사신후지신(思身後之身)하나니, 영수일시적막(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무취만고지처량(毋取萬古之凄凉)하라.

   
 
도덕을 지키는 사람은 때로 적막하지만,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은 늘 처량하다. 온전한 이치를 깨달은 이는 사물 밖의 사물, 즉 재산이나 지위 이외의 진리를 생각하고, 자신이 죽은 뒤의 명예를 생각한다. 차라리 한 때의 적막함이 만고의 처량함보다 낫다. - <깨달은 이는 자신이 죽은 뒤의 명예를 생각한다> 중에서

천지(天地)는 적연부동(寂然不動)이로되 이기기(而氣機)는 무식소정(無息少停)하며, 일월(日月)은 주야분치(晝夜奔馳)로되, 이정명(而貞明)은 만고불역(萬古不易)이니라. 고(故)로 군자(君子)는 한시(閒時)에 요유끽긴적심사(要有喫緊的心事)하며, 망처(忙處)에 요유유한적취미(有悠閒的趣味)니라.

하늘과 땅은 고요해서 움직이지 않지만 잠시도 쉬거나 멈추지 않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뜨고 지지만 그 빛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언제나 한가한 때에도 급한 일에 대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바쁜 와중에서도 여유로운 마음을 지녀야 한다. - <한가한 때에 급한 일에 대처하는 마음을 가져라> 중에서

교우(交友)에는 수대삼분협기(須帶三分俠氣)하고, 작인(作人)에는 요촌일점소심(要存一點素心)이니라.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반드시 10분의 3의 의협심이 있어야 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순결한 본마음을 가져야 한다. -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중에서

분충지예(糞蟲至穢)나 변위선 이음로어추풍(變爲蟬 而飮露於秋風)하고, 부초무광(腐草無光)이나 화위형 이요채어하월(化爲螢 而輝采於夏月)하나니, 고지결상자오출(固知潔常自汚出)하며 명매종회생야(明每從晦生也)니라.

굼벵이는 보기에 징그럽고 더럽지만 매미로 변해 가을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를 만들어 여름 달밤에 빛을 발한다. 진실로 깨끗함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비롯되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부터 생긴다는 것을 명심하라. -<깨끗함은 더러움에서 나온다> 중에서

이욕(利欲)은 미진해심(未盡害心)이요, 의견(意見)이 내해심지모적(乃害心之蟊賊)이라. 성색(聲色)이 미필장도(未必障道)요, 총명(聰明)이 내장도지번병(乃障道之藩屛)이니라.
이욕(利欲)이 모두 마음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단적인 생각이 곧 마음을 해하는 벌레다. 애욕(愛慾)이 꼭 도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초명하다고 여기는 생각이 도를 가로막는 것이다. - <자신의 마음을 해치는 것은 독선이다> 중에서

피부(彼富)면 아인(我仁)이요, 피착(彼爵)이면 아의(我義)라. 군자(君子)는 고불위군상소뇌롱(固不爲君相所牢籠)이라. 인정(人定)하면 승천(勝天)하고, 지일(志一)하면 동기(動氣)라. 군자(君子)는 역불수조물지도주(亦不受造物之陶鑄)라.

상대방이 부를 앞세우면 나는 인을 내세우고, 상대방이 지위를 앞세우면 나는 의를 내세우리. 그러므로 군자는 그 어떤 것에도 농락되지 않는다. 힘을 다하면 하늘도 이기고, 뜻을 한데 모으면 기질도 변화시킨다. 모름지기 군자는 조물주가 만든 사람의 기질과 운명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 <남에게 보이기 위한 생활을 하지 마라> 중에서

간수병 즉목불능시(肝受病 則目不能視)하고 신수병 즉이불능청(腎受病 則耳不能聽)하니, 병수어인소불견(病受於人所不見)이나 필발어인소공견(必發於人所共見)이니라. 고(故)로 군자(君子)는 욕무득죄어소소(欲無得罪於昭昭)이어든 선무득죄어명명(先無得罪於冥冥)이니라.
간이 병들면 시력을 상실하고 콩팥이 병들면 청력을 잃는다. 병은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생겨나지만 결국 사람들이 다함께 보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환히 밝은 데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데서도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 <한결같은 사람이 되라> 중에서

세월(歲月)은 본장(本長)이나 이망자자촉(而忙者自促)하고, 천지(天地)는 본관(本寬)이나 이비자자애(而鄙者自隘)하며, 풍화설월(風花雪月)은 본한(本閒)이나 이로양자자용(而勞攘者自冗)이니라.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이들은 스스로 촉박하다 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속된 이들은 스스로 좁다고 하며,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래 한가하건만 악착같은 이들은 스스로 번잡하다고 한다. - <세월은 본래 긴데 이욕을 좇는 자들이 촉박하다고 한다> 중에서

연촉(延促)은 유어일념(由於一念)하고 관착(寬窄)은 계지촌심(係之寸心)이니, 고(故)로 기한자(機閑者)는 일일(一日)이 요어천고(遙於千古)하고 의광자(意廣者)는 두실(斗室)이 관약량간(寬若兩間)이니라.
길고 짧은 것은 생각에서 일어나고, 넓고 좁은 것은 한 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로운 자는 하루가 오랜 세월보다 멀고, 뜻이 넓은 자는 한 칸 방이 천지간보다 넓다. - <모든 것은 한 치 마음에 달려 있다> 중에서 /전형구 독서경영연구소장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채근담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덕목들을 비유해서 쓴 글이다. 사람은 원래 참된 본성으로 태어나지만 과거나 오늘날이나 모진 세파에 시달려 헛된 부귀와 욕망을 쫓게 되고 그로 인하여 좌절과 시련 속에서 참다운 자아를 상실하게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을 풀과 나무뿌리를 씹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사람이 능히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때론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해주고, 부귀와 공명의 헛됨을 지적하며, 보다 나은 삶의 여정을 가르쳐 주는 귀중한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절실한 고민과 해결을 담은 책은 무수히 많지만, 채근담은 그 어느 고전보다 쉽고 단순하게 인생의 참뜻과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알려주기 때문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인생 지침서가 될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적인 요구에 발맞추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책은, 한 번에 읽기보다는 늘 곁에 가까이 두고 한 가지씩 실천해보는 삶이되기를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