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수정‧보류 하는 등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 보류는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도 영향을 주면서 체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채용 계획도 줄어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 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청주공장 증설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는 당초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청주 산업단지 내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이 공장은 오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투자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년에 세웠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며 투자 계획 보류를 시사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당초 미국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했었지만,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국내 굴지의 기업들 역시 물가 상승과 높은 환율, 유류세 증가 등에 따라 투자 계획을 다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 공통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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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수정‧보류 하는 등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 보류는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도 주는 것이어서 체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채용 계획도 줄어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
이 같은 경기 침체는 채용 시장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특히 IT 기업의 경우 마케팅, 인건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효율화에 집중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100명에 달하던 신규 인력 채용 규모를 올해 500~700명 정도로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인재 채용에 열을 올렸던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혁신 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늦추거나 규모를 최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는 비단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도 비껴가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내년에 있을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일부 사업부의 예산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기업들의 투자 계획 수정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과감한 투자보다는 신중한 경영을 택하는 쪽이 안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투자 계획 수정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일자리 등에도 영향을 줘 체감 경기 침체 역시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당분간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분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역시 비대해진 정부 기관을 감축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경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불확실성인데 지금은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에 접어들었다”며 “말 그대로 생존을 목표로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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