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지회의 장기 불법파업 여파로 이달 말 8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나아가 8월 말에는 피해 누적액이 1조 30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나는 것으로 전해져 회생 불능 상황까지 우려된다.
21일 정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하청지회의 장기파업 영향으로 일평균 매출피해액 259억원, 고정비 지출 57억원, 선박 인도 지체보상금 44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말 총 피해액은 2894억원(매출 2328억원, 고정비 513억원, 지체보상금 53억원·5척)에 이른다. 하청지회가 파업을 이달 내로 정리하더라도 월말 합계 피해액은 8165억원(매출 6468억원, 고정비 1426억원, 지체보상금 271억원·11척)에 달할 전망이다. 8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이미 확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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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협의회 대표들이 진민용 삼주 대표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문제는 다음달이다. 대우조선이 하청지회와의 협상을 8월 말까지 종결짓지 못하면 총 피해액은 1조 3590억원(매출 1조 608억원, 고정비 2339억원, 지체보상금 643억원·22척)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대우조선이 사태를 수습하더라도 이미 장기 파업으로 공정이 대거 지연됐고 물류난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누적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 중 가장 큰 제1도크를 점거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진수 작업을 막고 있다. 이들은 임금 인상, 노조 인정 등의 조건을 내세워 50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유력 매체에서도 대우조선의 파업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노르웨이계 해운조선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가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대우조선 관계자 멘트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파업 영향으로 현재 건조 중인 신조 선박의 작업 스케줄은 8월 말 30%까지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선주(船主)가 인도 지연 등의 이유로 건조 계약을 취소할 경우, 대우조선이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500억원(미화 3815만달러)에 이른다.
이미 대우조선은 선주사의 선수금·인도대금 납부 지연 및 계약취소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특성상 조선소는 선박 수주시 거래 대금의 일부인 '선수금'을 받고, 작업 중 중도금, 배를 인도하는 시점에 나머지 잔금을 추가로 받는 '헤비테일'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최대 고객사로 꼽히는 러시아계 선주 소브콤플로트(Sovcomflot)가 중도금도 납부하지 못해 '아크(Arc)7' 쇄빙LNG선 3척 중 2척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대금 납입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해당 매체는 파업까지 겹치면서 나머지 1척도 계약파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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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하는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한편 하청지회 직원들로 구성된 '대우조선 희망버스'는 산은 본점 앞에서 연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 회사 최대 주주(지분 55.7%)이자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이 이번 협상을 주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산은은 이번 사태를 두고 직접적인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만들고 노사 간 대화도 하는 분위기라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해야할 역할이 있다면 관련 부처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이 지연되는 데 따른 피해 누적으로 산은도 추후 관리기업에 대한 책임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1분기 대우조선의 순손실은 4918억원, 부채비율은 523.16%에 육박한다. 손실 보전차 외부 차입을 추진하면 부채비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채권단 지원도 불투명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2015년 이후 한국수출입은행과 신규대출로 7조 1000억원, 출자전환으로 4조 4000억원, 보증으로 175억달러(약 23조 108억원) 등을 지원했다. 이에 따른 산은의 손실 규모만 4조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산은은 연초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이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우조선 민영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EU의 기업결합이 불허된 상태에서 조선업 재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새로운 주인찾기는 대우조선을 위해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며 "우선적으로 산은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 대우조선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 및 경쟁력제고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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