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이미 11조 투입, 특단대책 불가피"…대규모 실직 우려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으로 대우조선이 하루 평균 259억원의 매출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 채권단이자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 파업 장기화시 회생절차(파산)를 검토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파업 장기화시 정상적인 부채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는 만큼 채권단이 조업차질에 따른 자금난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이 이어지면 공적자금 지원을 끊고 파산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전날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대우조선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상황에선 국민 혈세를 단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고 모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은 미국의 '챕터11 파산'과 같은 '자발적 파산'을 지칭한다.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끊음에 따라 청산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 1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협의회 대표들이 진민용 삼주 대표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강 회장의 발언을 두고 산은 측은 최악의 경우 파산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강 회장의 발언은) 파업이 지속되고 갈등이 계속돼 대우조선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못하게 될 경우(를 염두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매일 평균 259억원의 손실이 났고, 다음달 1조 이상의 누적 손실이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파업 장기화시 국가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던 만큼, 채권단도 정부 기조에 따라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은 1998년 대우그룹으로부터 해체된 이후 2000년부터 공적 자금으로 11조원 넘게 들어갔다. 최근 10년 간 누적 순손실은 7조 7446억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 대우조선의 순손실은 4918억원, 부채비율은 523.16%에 육박한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총 피해액은 지난달 말 2894억원에 이어, 이달 말 8165억원(매출 6468억원, 고정비 1426억원, 지체보상금 271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와 조선업계는 하청지회 파업이 다음달에도 이어질 경우 총 피해규모가 1조 3590억원(매출 1조 608억원, 고정비 2339억원, 지체보상금 64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강 회장의 발언이 대우조선의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 데서 나온 발언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동안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단의 공적자금 투입이 상당했고, 연초 현대중공업과의 합병도 추진했던 점에서 '청산가치'를 '존속가치'보다 높게 보기엔 어렵다는 시선이다. 

산은은 지난 2015년 이후 한국수출입은행과 신규대출로 7조 1000억원, 출자전환으로 4조 4000억원, 보증으로 175억달러(약 23조 108억원) 등을 지원했다. 이에 따른 산은의 손실 규모만 4조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번에 채권단이 대우조선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 대우조선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회생법원에서는 기업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비교해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청산할 때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회생절차를 개시한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정상화하기 위해 타 금융기관과 7조 정도의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고,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과 기업결합을 하면서 정상적인 기업으로 바꿀 수 있게 끔 많은 노력을 했었다"며 "단순히 회사가 안 좋으면 파산시키라거나 그런 차원(단계)은 아니"라고 전했다. 하청지회의 갈등으로 손실 규모가 커지게 되면 채권단과 주주들의 회생 노력이 물거품되는 만큼, 이를 우려해 강 회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파업이 잘 마무리될 경우 추가 공적자금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 의견이다. 산은 관계자는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수주도 목표치 이상 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 어쨋든 빨리 정상화되는 게 우선이다"고 전했다.

한편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과 전임자 등의 노조 활동 인정을 요구하며, 경남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 중 가장 큰 제1도크를 점거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사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손해배상 청구와 고용 승계 등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대우조선이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약 2주간 여름휴가를 맞이하는 만큼, 이날 노사가 담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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