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방법·숫자에 차이, “2사람 진술 있으면 보강 증거 돼 처벌 가능”
SI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만 회자됐다가 ‘이제 남조선밖에 없다’ 추가
“남북관계도 법 따라”…“외국에 준하는 지위 인정해야 정책 펼 수 있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놓고 최근 어민 2명의 진술이 일부 달랐다는 것이 확인됐다. 당초 2019년 11월 사건 발생 직후 정부는 16명을 살해한 두 어민을 분리 신문한 결과 진술이 일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달라진 내용은 어민 3명이 다른 어민들을 살해한 방법이나 숫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살해 과정, 사용 도구, 도주 과정에 대해서도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22일 대통령실 업무보고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탈북 어민 2명의 진술이 달랐다는 점을 인정했다. 권 장관은 관련 질문을 받고 “최근에 구체적인 부분에 있어서 살인 방법이라든지 숫자라든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저희들이 기존에 갖고 있는 자료 중에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구체적인 진실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살인을 했을 개연성을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것을 누구도 권위를 갖고 인정을 하거나 판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해 법원만이 범죄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야당(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백이라서 처벌을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두 사람의 진술이 있으면 서로 보강증거가 돼서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가 사건 당시 국회에 보고한 문서에는 “북한 추방자 2명을 포함한 공범 3명은 자신들에 대한 선장의 가혹행위(폭언, 구타)에 불만을 품고 선장을 살해하기로 모의했다. 범인들(3명)은 선박의 격리된 공간을 이용해 선장 및 선원 등 16명을 순차적으로 살해했다”고 기록됐다.

또 “정부는 첩보를 통해서 추방된 2명이 다수 인원을 살해 후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다. 나포된 범인 2명을 분리 신문한 결과 2명의 진술이 일치했다. 북측도 16명 살해를 인지한 상태로 확인했다”고 명시됐다.

따라서 북한 어민 2명이 각각 진술한 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서 추방의 근거로 작용할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북한 어민 추방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흉악범이 거리를 활보하게 놔두란 얘기냐”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우리 사법체계에서 이들을 처벌할 수 없어서 추방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 고위당국자는 2명 범죄자의 진술이 보강증거가 되므로 우리 법원에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 지난 2019년 11월 동료선원 16명을 죽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원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다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는 모습./사진=통일부

이 사건에서 당초 알려진 내용이 바뀐 것은 또 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인 '귀순 진정성' 여부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북한 어민을 나포해서 동해항까지 데려왔다고 밝히면서 이들이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발언한 특별취급정보(SI) 내용을 제시하며 귀순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국회보고 발언에도 포함돼 있다.

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언론에 배포한 ‘흉악범 추방 사건에 대한 입장문’에서 “(당시) 정부는 귀순 의사 표명 시점이나 방식 등에 비춰 이들의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저히 통상의 귀순 과정으로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공범 3명 중 1명이 김책항 인근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 ‘남으로 가자, 이제 남조선밖에 없다’고 말하고 남하했다는 SI 정보도 있다는 말도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들이 살인이란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과정에 복잡한 심경으로 여러 말을 내뱉었을텐데 문재인정부가 추방 결정에 적합한 SI 정보만 공개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석열정부는 자필로 쓴 귀순의향서가 있으니 귀순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당시 어민들이 타고온 선박이 있어 범죄 여부를 수사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절차없이 북송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더구나 문재인정부가 그해 11월 5일 북한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다는 전통문을 북한에 보낸 이후 2시간만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21일 뒤에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이 사건 처리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의구심이 있어보인다. 

결국 3년 전 탈북어민을 강제북송시켜 이들이 며칠만에 처형된 사건은 남북관계에 따라 탈북민을 수용하는 정부 입장에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을 남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계기로 “남북관계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TF는 지난 20일 통일부를 방문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남북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북한과 북한주민은 외국과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런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통일부가 정책을 펼 수 없다"면서 "통일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런 판단을 뒤엎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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