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저희는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어떻게 그 과정을 대응해 나가는지를 지금 지켜보고 있다. 저희가 아직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5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경찰 일각의 '집단항명' 사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태는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등 정부 통제안 추진이 발단이었다.
행안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고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을 오는 26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14만 일선 경찰조직을 관할하는 총경급 경찰 간부 상당수가 항명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 간부는 전체 총경 710명 중 190여명이었다. 현장 참석은 50명을 넘었지만 온라인 참석은 130여명 남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총경 357명은 회의장에 지지 화환을 보냈다.
경찰청은 현장 참석자 50여명에 대해 경찰청의 '해산 명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감찰에 착수했다. 이들이 경찰청의 직무명령을 따르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57조 복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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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경찰 일각의 집단행동에 대한 입장을 짧게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경찰은 무력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군대와 함께 군·경이라고 붙여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14만 경찰은 자유민주주의 문민통제 구조 하에 놓여 있다.
총경급 간부면 치안 일선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서장이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자들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대통령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찰국 신설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선출직도 아닌 임명직 공무원들이 정부의 일반적인 통치 행위에 대해 항명한 것이다.
'하극상'으로도 표현되는 경찰 일각의 집단항명 사태가 심각한 지점은 중간관리자급인 경감·경정 등을 비롯해 파출소장·지구대장 일부도 동참하겠다는 등 확산 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총경급 경찰 간부는 특정 상황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의 치안 책임자다. 그 자리의 무거움을 감안하면 집단항명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든 대통령실이든 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든 이번 집단항명 사태에 대해 정확하고 적절한 응분의 조치를 해야 치안 총책임자인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의 한 경감은 이날 본보 취재에 "경찰국 신설은 행안부 장관의 책임 하에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인사를 검증하자는 의도"라며 "경찰의 존재 목적은 치안 유지와 범죄수사인데, 검수완박 이후로 공룡경찰이 현실화될텐데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사실 이번 총경급 간부들의 대거 반발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전 정권에서 승진하고 총경 자리를 꿰찬 사람들 일각에서 윤정부를 비토하고 나선 것으로 본다"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들의 편에 서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려 한다면 검수완박을 해제하면 된다"고 토로했다.
충청도 지역의 한 경정은 이날 본보 취재에 "사실 경찰은 검찰에 없는 무기, 인원, 정보경찰 등 강력한 공권력 수단을 갖고 있다"며 "군과 함께 철저하게 정부 통제 하에 있어야 하는 조직인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본질에 대해 이해한다면 이런 하극상을 벌일 수 없을텐데 '민주적 통제' 운운하면서 도리어 실질적인 제대로된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총경 일부 모습이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자신들의 승진 길이 막히자 들고 일어나는 것으로 내부에서 보기도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경남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감 또한 이날 본보 취재에 "일선 치안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 대다수는 묵묵히 일에 전념한다"며 "경찰의 꽃으로 불리우는 총경들이 저렇게 대거 일어나 정부 대통령령에 반발한다는게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울산시장 부정선거와 같이 문재인 청와대 지시와 관련해 지금 재판까지 치르고 있는 사례를 생각해 보면, 경찰이 고위권력과 인사 등 자리를 걸고 직거래를 해온 것 아니냐는 자괴감도 든다"며 "묵묵히 고생하는 13만 대다수 경찰의 명예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번에 일부 총경들이 내걸은 항명은 그 수단과 의도가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오히려 이분들이 묵묵히 열심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다른 경찰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행안부 장관으로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수사에 관해 관여하거나 지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태의 추이는 금방 끝날 것으로 보인다. 키를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며칠간 구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