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진실규명 선언 국회도 정치개혁으로 화답해야

   
▲ 박종운 논설위원
별건 수사의 문제, 불법 정치자금의 문제

4월 9일 경남기업 전 회장 성완종 씨가 자신에게 가해져 오는 검찰의 수사 앞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렵게 자수성가한 사람으로서, 또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사람으로서, 검찰이 자원비리로 자신을 옭아매려고 하다 안되니 별건 수사로 자신을 구속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가 그를 자살로 이르게 했을 수 있다. 안타깝다.

검찰의 별건 수사는 수사권을 쥔 권력기관의 횡포다. 그것은 법을 가지고 한 수사이지만,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였기 때문이다. 인치에서는 표적을 구속시키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먼지라도 털어 흠을 발견하고 끝내 그 험을 꼬투리 잡아 인신을 구속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치주의에서는 인치적 요소를 극력 피해야 하는 것이다. 성인이 아닌 바에야, 인치의 표적이 되면 탈탈 털어 걸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아니 성인조차도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 성완종 씨가 남긴 55자 메모지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별건수사에 대한 억울함이 아니라, 그가 한을 품었던 다른 존재들에 대한 수사 쪽으로 전개되었다. 그의 메모지에 적혀 있는 이름들은 그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아 그가 저주한 대상들이었다.

그는 메모지에 적혀 있는 이름들과 파멸의 길로 함께 들어가는 동귀어진(同歸於盡)을 택했는데, 그의 전략이 먹혀들었다. 아직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 공직선거법이 마련되고, 노무현 대통령 때 불법선거자금에 대한 철퇴가 내려지기 시작한 이후 사라진 것 같았던(?) 불법 정치자금이 아직까지 성행하고 있다니….

   
▲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과거 두 차례의 특별사면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심지어 특검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공식화하고 나섰다.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이 검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절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수사는 죽음으로도 잘못을 덮지 못해…

성 회장의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려면, 사망자의 기록은 물론이고 그 주변에 대해서도 수사를 더 할 수밖에 없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같은 경우에는 수사를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성완종 회장의 경우에는 자살 이후에도 멈출 수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이후에는 수사 중단으로 그의 아들 딸에게 건네진 돈들이 그대로 굳어져서 그들의 재산으로 되었지만, 성완종 회장의 자살 이후에는 그의 메모 때문에라도 그가 횡령한 돈들의 사용처를 추적해서 불법 정치자금의 흐름을 파악해야 해서, 혹여 가족에게 넘어갔거나 은닉해두었던 돈들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의 재산으로 굳어지기가 힘들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그가 남은 가족을 생각해서 일부나마 재산을 지키려는 생각에 따라 죽음을 선택했다는 분석은, 혹여 그렇다 해도, 다른 의도 때문에 오판일 수밖에 없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약 250억 원 가량의 회사 법인 자금을 횡령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정치자금으로 뿌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잘못된 법 제도 때문에 생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쓴 것이 아니었다. 그간 있었듯이 정치권의 요구에 의한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의 관행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의 행적을 볼 때 그것은 오직 자신의 정치적 입신출세를 위해서 사람들을 매수한 돈으로 보여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돈을 받았던 사람들의 죄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그가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수사를 받아야 하고 혐의가 입증된다면 당연히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 국민들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을 강력히 적용하는 이런 일에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로비가 실패했다’는 점에서 한 줄기 희망을 본다 – 국회도 정치개혁으로 화답하라

그런데 성 회장은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도 받기 힘든 특별 사면을 두 차례나 받았다. 외견상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내세웠던 노무현 정권 하에서 2005년, 2007년 두 차례 특별 사면을 받은 것이다. 특히 두 번째 특사에서는 당시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강력하게 반대하였고, 네 차례나 반대의견을 냈으나, 법무부 장관 모르게 노무현 대통령이 끼워 넣어 발표했다고 한다.

당시 노무현 정권의 민정수석 및 비서실장은 문재인 씨였는데, 그는 현재 새민련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문 대표는 법률가임에도 특별사면이 법무부의 업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 제79조 ①항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를 무시하는 말이고, 더군다나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의 증언과도 모순된다. 과녁을 피하려고 한 것이라면 금방 들통날 일이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되는 주장을 하였다.

성회장의 두 번의 사면 성공에 대해 세간에서는 이것이 모두 금품을 동반한 그의 로비력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새민련에서는 이에 대해 다른 당의 로비에 의한 것고, 자신들은 부정한 돈과 연관이 되어 있지 않다는 식으로 답하고 있다. 즉 첫 번째 특사는 자민련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두 번째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특사의 경우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항소를 포기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실제로는 노무현 정권 내부에서 결정력 있는 사람이 작용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추정할 만하다. 추후 이명박 당선인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도 했지만, 성 회장이 한 쪽에만 줄을 대고 목 빠지게 기다리지만은 않았을 것이기에 그것도 사실이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책임을 면하기 위한 속칭 ‘쓰리쿠션’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차도 새민련의 대응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박이라고 내놓은 것이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 쪽 인사가 강하게 요청해서 사면해 주었단다. 물어보자. 새로 들어설 정부 쪽 사람이 부탁하면 다 사면시켜 주나? ‘원칙과 신뢰’를 앞세웠던 참여정부였다. 새 정부 쪽 인사의 요청으로 사면시켜 주었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하고 자긍심이 무너져 내린다.

   
▲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성완종 전 회장은 기자회견 하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사진=연합뉴스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참여정부와 그 대통령을 그 나름의 원칙과 기준도 없이 누구 한 마디에 사면까지 시켜주는 한심한 정부로 만드나? 어이가 없다. 차라리 새로 들어설 정부 쪽 인사들의 요청은 모두 수용한다는 원칙이 있었다고 해라. 아니면 원칙을 포기하자는 원칙이 있었다고 해라. 차라리 그게 마음 편하겠다. 누가 요청하니 어쩔 수 없이,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풀어주었다는 말보다는 말이다. 결정의 책임은 그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있다.”(김병준, <성완종 사면, 그 원칙과 기준을 묻는다>, 이투데이, 2015.04.28.)

보도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특별 사면 통로는 노무현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였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평화민주당 대표의 증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2007년 12월 29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탁한 결과 사면이 어렵겠다는 답을 들었지만, 그 직후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 전화를 하고 그를 통해서 2007년 12월 31일 특별 사면을 받았다고 했다. 이때 강금원 회장이 한화갑 대표에게 한 말은 “사면·복권을 전직 대통령이나 신문이 합니까. 현직 대통령이 하는 겁니다”라는 거였다고 한다. 대통령을 만들어줬던 전직 대통령의 말도 안 통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회장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때는 성공했지만,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실패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성 회장의 한 측근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또 특별사면을 받으려 했다고 했다(MBN, <故 성완종 최측근 "세번째 특별사면을 통해 재기 꿈꿨다">, 2015.04.22.)고 전했다. 그 이유는 2014년 6월에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이 박탈되었고, 다음 선거에서 출마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로비가 통하지 않았고, 한술 더 떠 자원개발 관련으로 새로운 수사까지 추가로 받게 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그는 이 과정에서 심한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고, 자신이 준 검은 돈을 받았던 사람들에 대한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외적으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표방했던 노무현 대통령조차 선거에 도움을 준 측근들에 의해 좌우되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도움을 준 측근들이 자신을 외면하다니...

이처럼 전후 과정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오히려 우리는 한줄기 희망을 볼 수 있다. 비록 성 회장의 자살과 55자 메모지 사건에서 보듯이 정치권에 여전히 문제가 많이 있고, 앞으로도 더 개혁 혁신해 나가야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실권자(?)를 통해서라 할지라도 더 이상 그런 로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크게 보건대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더 진전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는 로비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로비 실패의 결과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부당한 로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와 관련하여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4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하나 확인한 게 있다. 성공한 로비와 실패한 로비, 한 정부는 로비가 잘 통했던 정권이고 또 다른 정부는 로비가 전혀 통하지 않는 정권이라는 이 극명한 차이를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다만 이 말이 자화자찬에 그치지 않으려면, 읍참마속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에 불거진 것과 같은 검은 돈의 흐름을 앞으로 확실히 차단하고 향후 정치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여야 한다.

금품수수의 진실 여부는 물론 수사 및 재판에서 철저히 따져지겠지만, 우선 통화횟수 기록 등을 통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 회장과 친하지 않다느니 하는 그동안의 해명부터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자 그는 4월 21일 사의를 표명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외교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뒤 4월 28일 공식 퇴임하였는데, 이제는 국무총리조차도 불법 부정에 대해서는 보호(?)를 해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4월 28일 박대통령이 과거 두 차례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심지어 특검도 받아들일 수 있음을 공식화하고 나선만큼,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것이라는 의혹 제기도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치권이 검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절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간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원회(위원장 김문수)를 만들어 혁신을 위해 애써왔다. 김문수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시설 청렴도 16위권의 경기도를 청렴도 1위로 올려놓은 인물인데, 그는 깨끗한 정치를 위해 지난 1월 12일 당으로 하여금 국회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도록 한 바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회기 중 영장실질심사 요구 시 반드시 출석하도록 했고, 72시간 내 처리 못하면 과거에는 자동폐기되었지만 72시간 이후의 첫 본회의에 자동상정되도록 바꾸었다.

국회는 이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번에 문제가 된 이완구 국회의원(전 국무총리)부터 적용할 일이 생기면 적용할 수 있다. 이 정치개혁이 국회가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개혁을 이룬다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