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경로 벗어나면 빅스텝 가능성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더라도 당분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한 통화정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물가 오름세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고물가부터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세계 주요국의 긴축 영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지만,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상이 서민경제의 고통을 키운다'는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물가 오름세를 방치하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된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소득이 더 떨어지고, 나중에 이를 잡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돼 정말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상승세를 잡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률이 6~7%가 되면 상승세가 지속되고,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돼 거시적인 측면에서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는 경제지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올라섰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4.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와 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고물가가 고착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시장에선 증가속도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할 경우 7%대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폭과 관련해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이 현재의 전망 경로를 벗어날 경우,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2~3개월 지속된 이후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 같은 기조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날 경우, 금리 인상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잘의에 대해선 "2분기 경제성장률을 0.3% 정도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소비가 늘어 0.7%로 나왔다"며 "국내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은 크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확답하기는 조금 이르다. 10월쯤 해외 자료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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