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국내 수족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방류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의 방류를 결정했다. 이로써 그동안 수족관에서 사육되고 있었던 남방큰돌고래가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게 됐다.

   
▲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사진=해수부


조승환 해수부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주인공에게 인생의 가르침과 위안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해양동물로 국민들께 사랑받고 있다”며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는 제주도 인근 해역에 방류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비봉이의 해양방류를 위해 수족관업계, 전문기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긴밀하게 논의해 왔으며, 여러 차례 협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번 방류계획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봉이의 방류는 총 5단계의 훈련과정을 거쳐 방류될 예정이다. 먼저 비봉이의 건강상태진단을 통해 야생방류 가능성을 판단한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류기술위원회가 구성돼 세부진단을 실시했으며 결과, 현재 비봉이의 상태는 매우 양호해 해양방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사육수조 내에서 야생 적응을 위한 기초체력을 확보하고 먹이 포획 능력을 키우는 단계인데, 비봉이는 현재 살아있는 먹이를 직접 사냥해 섭취하는 등 이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황이다. 

이어 제주도 대정읍 연안에 설치된 해상 가두리로 비봉이를 이송해 본격적인 야생 적응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비봉이의 야생환경 적응력을 키우고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서식하는 야생돌고래 무리와 접촉하게 함으로써 방류 이후 자연스럽게 무리에게 합류하기 위한 절차다. 

이후 해상 가두리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마지막 단계로 비봉이의 등지느러미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해양에 방류하고, 위치 추적과 행동 특성 등을 모니터링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봉이가 단독으로 방류훈련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훈련 과정에서부터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각종 소음과 불빛 등 외부 요인들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남방큰돌고래./사진=고래연구센터

전문가들의 조언을 수용, 해수부는 야생적응훈련 과정 또한 일반인들의 출입 및 접근을 최소화하는 한편, 실제 방류 날짜도 사전에 정해 놓지 않고 방류기술위원회에서 건강상태와 훈련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시기에 공식적인 행사 없이 조용하게 방류할 계획이다. 

또한 가두리 적응훈련 과정에서 비봉이의 해양방류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대비해 별도의 보호 관리를 위한 대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성공적으로 바다로 돌아가고 야생생태계에 빠르게 적응해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고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며 “비봉이가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칠 수 있도록 훈련기간 중 가두리에 접근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봉이 방류를 계기로 고래 등 해양동물의 복지 개선을 위한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수족관 등에서 전시를 목적으로 고래류를 신규로 보유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의 사육 중인 고래에 대해서는 올라타기 등 과도한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현재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수족관 설립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검사관제를 도입해 수족관의 허가기준 충족 여부 평가와 함께, 수족관 수질 등 사육환경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서식환경 점검과 평가도 의무화된다. 

이와 함께 최근 확대되고 있는 고래 등 야생해양생물 관찰이나 관광활동 시 해양생물의 이동이나 먹이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조승환 해수부장관./사진=미디어펜

조 장관은 “이와 같은 내용이 반영된 동물원·수족관법과 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며 “해당 법률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심의를 거쳐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배석한 이경리 고래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는 “비봉이의 나이는 23살로 추정되고, 해양포유류 전문 수의사 인력들이 실시한 혈액검사 및 신체검사 결과와 활동상태 등으로 판단할 때 비봉이가 충분히 야생적응훈련을 받을 만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최종 방류가 불가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수조로 돌아올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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