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달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취임 두 달밖에 안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탄핵'을 운운할 정도로 야당의 기세가 등등하다. 최근 여러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해온 윤 대통령에게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당선 컨벤션효과' 없이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 취임 두달 만에 30%대 전후로 떨어진 윤 대통령 지지도의 실체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제로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는 집권 초기 역대 최저치를 보이며 보수 지지층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미디어펜은 5차례에 걸친 연재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고 누차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위한, 또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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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미디어펜=이다빈 기자]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부터 새 정부의 최대 당면 과제로 손꼽히던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결국 윤 대통령 지지율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핵심은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손 보는 것이다.
임대차 3법으로 유발된 불안한 임대차 시장이 집값을 끌어올린 가운데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정부는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임대차 3법을 수술대 위로 올렸고 다음은 국회와 거대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8.9%(매우 잘하고 있다 16.1%, 대체로 잘하고 있다 12.8%)로 조사됐다. 전 주(32.2%) 대비 3.3%포인트 하락하면서 30%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반면 부정평가는 68.5%(대체로 잘못하고 있다 9%, 매우 잘못하고 있다 59.5%)로 집계됐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해당하며 전월세신고제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에게 거절 사유가 없으면 임차인이 기존 계약 2년에 2년을 추가 갱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같이 적용돼 갱신시 임대료를 직전보다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다. 전월세 신고제는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돼 임차인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을 보호할 목적으로 나온 법안이다.
이 중 개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지난 2020년 7월 전격 시행돼 시행 2주년을 넘겼다. 전월세신고제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나흘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 본회의 문턱을 넘고 하루 만에 임시 국무회의 의결까지 곧장 입법이 이뤄질 당시에도 이들 법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4년 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묶여있던 임대료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상황이 도래해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늘어난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임대료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왔다.
실제로 임대차법 시행 후 전셋값 급등이 따라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가격동항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315만원을 기록했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 2020년 6월 4억6224만원에서 2년만에 37%(1억7091만원) 뛴 것이다.
매물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자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전세의 월세화도 현실이 됐다.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가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토대로 임대차 2법 시행 직전의 전월세 거래량과 거래가격을 비교한 국토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상반기 총 8만4595건이던 수도권 아파트 월세(보증부 월세 포함) 거래량은 올해 상반기 12만3621건으로 46.1%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전세 신고 건수는 18만1614건에서 17만5107건으로 3.6% 감소했다.
정부는 이번 국토부-법무부 TF를 통한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해 TF에 양 부처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부동산·경제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도 함께 참여시켰다. 전문기관 연구용역은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 등이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토부는 현행 임대차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 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새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해외 입법사례를 분석해 국내법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임대인·임차인 간 법률관계 등 주택임대차 관계의 법률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국토부-법무부 TF는 연구용역을 토대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임차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관건은 국회와 거대 야당과 뜻을 맞추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에 TF 등 소위원회나 소소위원회를 만들어 임대차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달라고 지속 요청하고 있다. 국회 내 일각에서는 오히려 현행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합의를 이뤄야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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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무주택 실수요자들과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도 급한 과제다. 정부는 주택 공급 저해 규제에 대한 조속한 해소 및 공급 로드맵 수립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규제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실수요자들의 주거 사다리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생애 최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환을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6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세제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1년 중과 한시배제를 통한 매물 출회 및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양도세 비과세, 취득세 중과배제 인정을 위한 일시적 2주택자의 종전주택 처분 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1세대 1주택자의 평균적 세부담을 가격 급등 이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며 기발표 경감방안도 보완할 계획이다.
정부의 단계적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제 정상화 방안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금리 인상과 경기 불안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LTV가 완화되면서 대출 여력이 늘어나게 되지만 여전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효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가능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집값이 비싼 지역이나 서울 내에서는 이런 규제 완화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며 "현재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는 물가 인상, 경기 불확실성 확대, 이자 상환 부담 증가 등의 상황에서 거시경제의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서 보유 주택의 가격이 아닌 갯수로 차별하던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당장의 방안은 긍정적으로 보이고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향후 추가적인 완화가 더해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는 고가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고 고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다주택자들의 매물 회수도 지역에 따라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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