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최근 티웨이항공이 중장거리 노선 사업을 전개하며 중대형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 결함으로 정상 운항을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저비용 항공사(LCC)가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과정 중에 생기는 일이나, 탑승객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역량 진단을 다시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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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웨이항공 A330-300./사진=티웨이항공 제공 |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TW172편(HL8502)은 비행 중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운항 중 엔진 정비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조종실로 전달됐고, 기장의 판단 아래 착륙하기로 했다는 게 티웨이항공 관계자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티웨이항공 측은 엔진 결함 탓은 아니고, 안전 운항 차원에서의 조치라고 부연했다.
이후 티웨이항공은 737-800(HL8098, TW9172) 한 대를 대만 현지로 급파해 TW172편 탑승객 117명과 승무원 10명을 태워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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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이날까지도 티웨이항공 A330-300(HL8502)은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 머물러있다./사진=플라이트 레이더 24 캡처 |
해당 사고기종은 올해 3월 들여온 A330-300이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에 따르면 현재 이 기재는 아직까지도 대만에 있다. 엔진 제작사 롤스로이스의 부품을 유럽에서 대만으로 공수해오면 된다는 게 사측 전언이지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중국이 대만섬 포위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어 사고 기재는 발이 꽁꽁 묶인 상태다.
티웨이항공 A330-300이 말썽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4월 19일 제주국제공항에서도 엔진 부품 정비 문제로 약 2주일 간 운항을 못해 대체기를 투입한 바 있다. 이때도 티웨이항공은 롤스로이스가 부품을 보내줘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형적인 LCC로 분류되는 티웨이항공은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만 다녀왔다. 하지만 최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항공교통심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운수권 재배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홍근 대표이사(사장)은 중장거리 노선 확보에 따라 2027년까지 A330 계열 20대, 737 계열 30대 등 총 50대 수준의 기단 보유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사 사업 전략은 어떤 기재를 들여오느냐에 달려있는데, 사실상 기존 전통적인 LCC 비즈니스 모델(BM)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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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 지난 3월 17일 자사 신조 여객기 A330-300 기내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티웨이항공 제공 |
하지만 정홍근 대표의 구상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끊임없이 나오는 건 안전과 직결된 정비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초기 시행착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정 대표가 자사 역량 대비 과욕을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0일 이스탄불발 인천행 A330-200(HL8228, KE9956)이 운항 중 엔진 결함이 발생해 절차에 따라 가장 가운 아제르바이잔 바쿠공항에 비상 착륙한 사례가 있다. 이후 대한항공은 같은 기종에 정비사들을 태워 파견했고, 사고기 승객을 태워 돌아왔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6일 태국 방콕에서 인천으로 향할 예정이던 A380 여객기가 엔진 결함 탓에 이륙하지 못하자 대체기인 A330을 투입해 귀국 지원에 나섰다.
티웨이항공의 A330-300은 최대 347명을 태울 수 있는데, 737-800은 189석에 불과하다. 만석이었을 경우 두 대를 보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코로나19 여파가 다 걷히지는 않아 예비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비상 상황에 따른 기재 투입 손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서다. 정홍근 대표는 올해 2월 24일 외부 강사를 초청해 안전 관리 임직원들로 하여금 중대재해처벌법 강의를 이수토록 하며 안전 의식 고취를 결의했지만 이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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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웨이항공 재무 지표./사진=에프엔가이드 제공 |
티웨이항공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끊임 없는 외부 수혈을 해왔다. 에프엔가이드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기준 티웨이항공의 부채율은 8470.2%다. 사람으로 치면 고도 비만 상태인 셈이다. 항공기 리스 부채가 일반 회계에 잡힌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심각한 축에 속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항공사 재무제표를 중요시 한다. 자본 잠식에 빠졌을 경우 항공사들이 안전 투자에 소홀해질 것으로 봐서다. 국토부는 자본 잠식률이 50% 이상인 경우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후에도 이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 사업 면허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티웨이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35%로, 부분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있다. 때문에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기재를 추가로 도입하는 건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비평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련의 A330-300 문제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생겨난 역량 부족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최소 한 기종을 10~20대는 갖춰야 단위 비용을 아끼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낼 수 있을텐데 그 전까지는 이런 불상사가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며 "정홍근 대표는 지금이라도 핵심 역량을 고려해 BM 전환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어떤 항공 BM이라도 타협할 수 없는 공통 분모는 '안전'인데, 인명 손실이 나면 회사의 존립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새 기재 늘리는 건 능사가 아니며, 외주화하고 있는 중정비 파트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내재화 하는 등 철저한 정비 역량 제고에 신경 써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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