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되는 정책에 “규제 합리화 취지... 축소는 아냐”
산업부 통상마찰 우려 전달 쿠팡 김범석 의장 내년 동일인 지정 불발 전망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총수 친족 범위를 축소하고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편입을 유예하는 동시에,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에 포함시키는 등 대조되는 규제 개선을 추진하면서, 여전히 대기업 규제는 유지하는 모습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윤수현 공정위부위원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와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고,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시켰다.

또한 사외이사가 동일인 측과 별도로 지배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중소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 요건을 완화했다. 

이번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되는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까지로 축소하되, 혈족 5촌, 6촌 및 인척 4촌은 동일인 측 회사의 주식 1% 이상을 보유하거나 동일인 또는 동일인 측 회사와 채무보증 또는 자금대차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등,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경우에만 친족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동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집단의 친족 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하나 계열회사 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공정위의 예상이다. 

특히 공정위는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회사의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경우에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있던 점을 ‘규제 사각지대’로 정의하면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 관련자로 명시했다.

다만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위해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또 개정안은 사외이사와 일반 임원 간 차이점을 감안해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 범위에서 제외하되, 사외이사 지배회사가 임원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얘외적으로 계열회사로 편입토록 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중소기업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 이상인 경우에만 계열편입 유예 대상이었으나, 이를 3%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중소·벤처기업의 자회사도 함께 계열편입이 유예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요건을 충족한 후 1년 내까지 유예 신청이 가능토록 했다. 

윤 부위원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집단의 과도한 수범 의무가 완화되고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도 제고될 것”이라며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 제도 활용도가 제고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SK, 롯데 등 대기업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도를 합리화하는 차원의 정책이지, 단순히 규제를 축소하는 취지에서만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쿠팡 김범석 의장으로 논란이 됐던 외국인 동일인지정과 관련 “외국인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통상 마찰 우려를 최소화한 후에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인 2~3세가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집단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연구용역 등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산업부 등 통상당국에서 통상 마찰 우려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윤 부위원장은 “쿠팡 김 의장의 경우, 시행령이 개정된 후 동일인 지정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시행령 작업이 통상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내년 지정은 쉽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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