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올해 상반기 한국전력공사 영업적자가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13조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3·4분기 적자 규모는 더욱 불어나 올해 총 30조 원 내외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한국전력 직원들은 주부 부처 수장들이 잇따라 한전 때리기에 나서자 "전 정권의 잘못에 우리가 매 맞을 이유는 무엇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9일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2분기 매출은 14조8328억 원, 영업적자는 5조3712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영업적자 폭은 1분기 7조7869억 원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2021년 전체 영업 적자액인 5조8601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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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공사 로고./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
한전이 이처럼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거래 구조에 있다. 한전은 발전사들이 생산한 전기를 계통 한계 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에 따라 매입한다. 이는 발전기의 연료비 등을 반영한 변동비를 감안해 책정된다.
매 시간마다 발전 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비싼 순서대로 수요에 맞춰 투입되므로 수요-공급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그 시간대의 한계 가격 결정점이자 시장 가격으로 정해진다.
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105원이다. 반면 SMP는 지난 4월 kWh당 평균 202원으로 기록돼 한전 설립 이래 최초로 200원을 돌파했다. 5·6월엔 각각 140원, 130원으로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력 판매 단가 대비 한전이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부터 전기 요금을 4.3% 인상한다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 평균 1535원을 더 내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여의도 증권가는 3분기 한전 영업적자가 4조8788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소폭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편 한전 경영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7월 SMP는 152원으로 껑충 뛰었고, 이달 들어서는 200원 선으로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4분기까지 한전 영업적자는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때 흑자를 보던 공기업 '우등생' 한전이 이처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 문재인 정권 하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4일 산업부 업무 보고를 받으며 탈원전 정책 백지화·전기 요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반면 주무 부처 장관들은 한전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공약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모양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국민적 경제난을 감안, 한전의 전기 요금 인상폭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공기업 등 각종 공공 부문의 방만 경영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한전을 질타했다.
하지만 한전 직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직원 A씨는 "문재인 정권에서 값 비싼 LNG 의존도를 높이고 탈원전을 추진한 탓인데 왜 우리가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기재부가 전기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건 만큼 전·현직 기재부 장관들이 책임 주체라고도 지적한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문재인·윤석열 정권 모두 표심을 잃을까봐서 한전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재부가 전기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건 만큼 전·현직 기재부 장관들이 책임 주체라고도 지적한다.
C 대학 경영학부 D 교수는 "전 정권의 산업부 관계자들도 한전을 만신창이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작금의 한전 대 적자 사태를 계기로 공기업의 독립성을 제고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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