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 두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런 경제의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게 민생이다. 민생이란 것은 정부가 챙겨야 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에서 숨통이 트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을 두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밝힌 8·15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의 말 그대로 민생과 경제, 사회 통합만을 생각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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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0일 삼성 반도체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밝힌 특별사면 대상자 경제인 4명은 최근 형 집행을 종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복권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특별사면(형선고실효) 및 복권시켰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노사 관계자로는 조상수 전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8명을 사면대상에 포함시켰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 이유로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며 "피해 회복 및 회사 성장 공로 등 참작할 사정이 있고 다시금 경제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또한 집단적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초 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실 관계자, 한 장관 모두 다 입을 모아 강조했던 사안이다.
정부는 오는 8월 15일 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을 비롯해 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 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러한 특사 단행 배경에는 "오직 국민 뜻만 바라고 경제 민생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휴가 직후 첫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시피 '국민 여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달 25~27일 전국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특별사면을 물어봤더니 이재용 부회장은 찬성 77%에 반대 19%, 신동빈 회장은 찬성 49%에 반대 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 참조).
물가와 금리 등 '3고시대' 복합위기 속에 국민 여론은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 단행에 '매우 우호적'인 셈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긍정평가 등 지지도가 지난 두달간 20%대로 떨어질 정도로 하락해 새로운 국정 동력을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인으로 데뷔한 후 1년만에 첫 휴가를 다녀온 윤 대통령의 일성도 "오직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특사 단행은 이 부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에게 경제난국 극복에 힘을 보태달라는 국민의 여망을 담은 윤 대통령의 결단이다.
재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주요 기업인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하반기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과 정부, 기업인들이 힘을 합쳐 경제 민생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