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대표주, 김수현·한예슬 등 한류 영향 '묻지마 상승세'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국내증시의 종목이 중국과의 연관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중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은 묻지마 급등세를 나타내는데 비해 중국인이 외면하는 종목은 주가가 바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크게 치솟았던 아가방컴퍼니, 모나리자, 깨끗한나라는 최근 코스닥이 내추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여파로 하락세를 나타내기 직전까지 때 아닌 급등세를 나타냈다.

   
▲ 화장품주를 비롯해 중국의 국내증시에 대한 영향력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
올 초 7000원도 안됐던 아가방컴퍼니의 주가는 지난달 24일 장 중 1만5750원까지 두 배 이상 올랐다. 모나리자와 깨끗한나라도 비슷한 주가흐름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한 마당에 다시 박 대통령의 테마주가 급등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 종목의 상승세의 배경에는 모두 ‘중국’이 있다. 특히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완화되면서 외동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황제 시대'를 맞아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유아나 아동용품 관련 기업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된 아가방컴퍼니는 유아 스킨케어브랜드 ‘퓨토’를 5월부터 중국 내 월마트 400개 점포에 단독 입점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모나리자 역시 회사 측이 중국 유통 기업과 유아용 기저귀를 비롯한 유아용품과 화장품에 대한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깨끗한나라는 중국 직구족들이 한국 물티슈와 세제 등을 가장 선호한다는 소식에 상승기류를 탔다.

이외 쌍방울도 중국 아동복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브랜드 '리틀탈리'가 수주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웰크론은 종속회사인 웰크론헬스케어가 한방 생리대 '예지미인' 등 여성용 위생용품의 중국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뛰어올랐다.

중국의 영향을 받는 종목은 이뿐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화장품주다.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로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400만원을 넘어서는가 하면 한국화장품, 코리아나 등도 주가가 큰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국인의 한국 화장품 사랑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업종 종목도 속속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키이스트는 지난달 21일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요동쳤다. 키이스트는 현재 화장품 생산이나 제품 포장 등을 맡을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합작회사를 세우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속 배우 김수현과 한예슬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중국 화장품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키이스트는 중화권 역직구쇼핑몰인 판다코리아닷컴의 지분 16%를 보유한 2대주주로 판로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밖에 한류스타 김수현을 모델로 레모나가 인기를 끌고있는 경남제약, 해외 시장개척의 일환으로 중국 현지법인인 상해모나미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에 나선 모나미, 모바일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 ‘FC매니저 모바일’을 지난 10일 중국에서 출시한 한빛소프트 등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종목은 주가가 묻지마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국 관련 종목이라고 모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호텔신라와 LG생활건강은 중국 때문에 웃다가 울었다. 원엔환율이 900원을 하회하는 등 최근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몰려 면세점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덕에 1분기 사상 최대인 영업이익 1785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화장품업체보다 면세점 배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 오히려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엔저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전망에 주가가 하락했다가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본 사업부도 엔저의 영향으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은 약 9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나 급증했다. 지난 2월 중국 춘절 때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45만명으로 같은 기간 한국보다 약 4배가 많았다. 이에 비해 한국을 찾는 요우커의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번 중국 노동절 연휴에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 대비 20.6% 늘어난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65.3%의 증가율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실질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글로벌자산전략팀장은 “아모레퍼시픽이나 오리온과 같이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종목의 경우는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단순히 중국에 진출한다거나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은 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유안타증권 투자분석팀장도 “중국의 경제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진출은 분명히 좋은 뉴스지만 일부 종목은 중국 관련 매출이 채 10%도 안 되는데 중국에 진출한다거나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