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문재인의 위기, 천정배의 기회, 정동영의 몰락. 4·29재보선에 대한 성적표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의원 4곳 중 한곳도 얻지 못하며 전패를 당하는 참담한 성적표로 당내 위상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에 적잖은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천정배 당선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탈당한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정동영 전 의원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후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에 패해 야권분열을 일으켜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대표는 천정배·정동영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은 물론 대적할 후보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책임을 벗기 어렵게 됐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대표의 참패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야권분열의 책임과 더불어 또 다른 패인은 정책선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문재인 대표는 공식선거를 시작하면서 이번 재보궐선거를 “국민의 지갑을 여는 선거”라고 규정하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내세웠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가 터지면서 민생은 사라지고 정권 심판론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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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당선인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탈당한 후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사진=KBS 캡처 |
문재인 대표는 성완종리스트 파문이 커지자 직접 이완구 국무총리의 해임과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주장하며 앞장섰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서 비망록으로 넘어 가면서 전임 두 정권 모두 성완종의 사면의 덫에 걸려드는 모양새가 됐다. 결국 국민들의 의혹은 커져만 가는 사이에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 됐다.
문재인 대표과 성완종 파문에 직간접적으로 거론되면서 애초에 내걸었던 민생은 점차 퇴색되고 정권심판으로 확전됐다. 선거는 코앞이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은 금새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내에서도 지역 이슈로 승부해야 할 재보궐선거판이 정권심판으로 흘러갔고 특사 의혹에 대한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30일 선거 완패에 대해 사과를 표하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며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아니라고”강변했다. 하지만 선거 참패에 대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야권의 리더로서 치명타를 입은 문재인 대표의 영이 어느 정도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반면 천정배 당선인은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심판론을 내세우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천정배 당선인이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 심판에 탄력이 붙을 경우 문재인 대표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천정배 당선자는 사실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보를 잇는 호남신당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 내년 총선에서 자칫 새정치연합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수도 있다.
천정배 당선자는 우선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당 패권주의를 깨뜨리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출발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됨으로서 실제적인 동력도 얻었다. 천정배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중심의 야권구도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천정배 당선인과 출발점은 같았지만 정동영 전 의원은 낙선으로 정치행보에 먹구름이 끼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대선후보에까지 올랐던 거물급과는 달리 초라한 3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와 함께 야권분열을 야기해 야당의 텃밭을 새누리당에 넘겼다는 불명예마저 뒤집어써야 할 형편이다.
정동영 전 의원의 갈지 자 정치행보도 논란이다. 출마전부터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정동영 전의원은 낙마로 국민모임이라는 대안정당마저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철새’라는 여야의 비판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선거유세를 이어가던 정 전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더욱 빛을 일었다.
정치생명을 건 모험을 감행했던 정동영 전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개인은 물론 야당의 곱지 않는 시선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