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과정에 유엔 대북제재 부분 면제 가능성 제시
정치·군사 상응조치 마련 밝히면서도 내용 ‘미공개’
대통령실 “북 주장·염려 잘 알아 흉금 터놓을 제안”
박원곤 “한국 주체·단계적 이행 2원칙...北수용 글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개한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에 대해 대통령실은 ▲비핵화협상 초기부터 경제협력하고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 협력 로드맵을 마련하고 ▲포괄적 비핵화 합의 시 단계적 비핵화에 상응해 경제협력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 자원과 남한 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단계적 비핵화로 나아갈 때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해 가동한다는 구체 실행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아울러 비핵화 협상 과정에 필요에 따라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윤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에는 6가지 항목의 경제 지원만 있었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북한이 적대시정책 철회를 주장하며 체제안전보장을 주장해온 만큼 핵-경제 교환만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후 대통령실의 사후 설명으로 정치·군사 상응조치도 마련된 것이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대통령실은 담대한 구상의 군사·정치 분야 로드맵에 대해 “긴장완화 조치들이 신뢰구축 단계로 나아가야 하고, 평화구축 조치들이 평화정착 단계로 마무리돼야 한다” 정도로 설명했을 뿐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단계에 따라 북한에 대규모 식량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의 현대화, 농업기술 지원, 병원·의료 현대화, 국제 투자 및 금융지원의 6가지로 제시된 경협 계획과 대비된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강경한 표현을 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조차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담대한 구상의 정치·군사 상응조치가 있는데도 공개하지 않고, 일단 경협 부문만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조율해나가겠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군사·정치 조치는 협상 과정에 논의를 해야 서로 진정성이 확인되고 진의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먼저 얘기하는 것은 형식적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제협력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2.8.15./사진=대통령실

실제로 윤석열정부의 담대한 구상 역시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정책으로 추진할 수가 있다. 이번에 지난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 결렬 당시 북한이 요구했던 유엔 대북제재 일부 해제 가능성이 언급되고, 발전 및 송배전 인프라 등 북한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문이 포함된 것에서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강화 차원에서 중국과 교역도 축소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협 제안에 반응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게다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강대강·정면승부 투쟁 원칙”을 천명하고, 그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도 코로나19 발병 원인을 남측으로 돌리면서 적대심을 고취시킨 바 있다. 
   
북한의 담대한 구상 수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사전에 (중국을 통해서라도) 이 계획 수립 과정에서 북한과 논의한 적은 없지만 북한이 주장하고 염려하는 것은 이미 공론화되어서 잘 알고 있다”면서 “남북이 흉금을 터놓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유연한 제안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한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한국이 비핵화협상 주체로 상정되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또 실질적이고 신속한 비핵화를 강조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사용 가능성을 공표한 상황에서 미국과 공조하되 한국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과 북한에 일방적인 선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되 포괄적 합의를 담은 로드맵을 강조한 두가지 원칙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부분 비핵화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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