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에 대한 전방위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너와 그룹총수들이 집중 타깃이 되는 양상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이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 데 이어 최근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도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키로 했다.
포스코그룹도 좌불안석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을 타깃으로 건설 등 계열사 비자금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SK CJ그룹 총수는 수감돼 있거나, 구속집행 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은 말기암을 앓으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덕수 STX 전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등도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2년 4개월 이상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재계 총수중에서 최장 수감생활을 연일 갈아 치우고 있다. 매출액기준 세계 60위권 글로벌기업 총수가 장기간 영어생활을 하고 있는 셈. 회장의 부재로 SK그룹의 신규투자와 인수합병등도 거의 멈춰서 있다. 정유와 화학등 주력업종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이럴 때 최회장이 해외를 다니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인수합병을 추진하면 위기극복도 앞당겨질 것이란 아쉬움이 많다.
이재현 CJ회장은 식음료 및 유통,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콘텐츠 등으로 한류의 글로벌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신장이식 수술로 절대안정이 필요한 시기다. 감염우려 문제로 구속집행 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회장은 남은 인생을 사업보국에 기여하고픈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재계는 다음은 어느 그룹이 희생양이 될 지 불안해 하고 있다. 재계와 증권가 정보지에선 예상 기업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거론되는 후보 기업 관계자들은 “다음은 우리 차례가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해당그룹들은 정보망을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정당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그룹들은 신규투자와 중요 경영계획 수립등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
|
|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강도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재계는 기업인 사면문제보다 전방위로 가해지는 기업인 수사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YTN캡처 |
검찰은 비리혐의가 있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엄정한 수사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기업인은 엄정한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수사 흐름은 정치권 인사들의 비리를 캐기 위해 기업인들이 애꿎게 수사를 받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재계는 돈을 받은 부패 정치인들을 수사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는 것은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최근 검찰수사는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과 관련한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감사원 등에선 이명박정권시절 이뤄진 해외자원개발과정에서 상당한 부실 및 비리의혹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감사원은 석유개발공사를 집중 감사를 벌여 전 최고경영자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경남기업도 그 대상중 하나다. 경남기업은 해외 자원을 개발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수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정치권과 재계는 인식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정권 손보기에 기업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는 시각을 부인하고 있다. 자원개발 문제는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하면서 본격화했다는 것. 국회도 여야 합의로 해외자원개발 의혹을 조사하는 국정조사권까지 발동했다. 검찰은 감사원 고발과 비리혐의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상적인 수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계가 걱정하는 것은 과거에 해명됐던 사안에 대해 사정당국이 다시금 들춰내며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횡령 혐의 등은 수년전에 국세청 등에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등을 통해 일단락된 사안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장회장의 경우 도박이 구속사유로 거론된데 대해 해당그룹은 물론 재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향후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이 힘들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외길을 걸어온 장세주 회장은 지난달 박근혜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에 참여하길 희망했다.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에 고로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업체와 포스코 등 3사가 합작투자한 브라질 고로는 연초 고로연화정초식을 가졌다. 12월 중 연산 320만톤 규모의 고로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한국기업으론 브라질에 최대 규모의 투자다. 장세주 회장의 미래꿈이 브라질 고로공장에 쏠려 있을 정도다.
2007년부터 시작된 고로공장 착공식에는 브라질 최고지도자가 직접 참가해 삽을 들었다. 브라질 철강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요한 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장 회장이 브라질 순방에 동행했다면 브라질정부와 추가적인 합작투자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장 회장은 출국금지로 브라질 순방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다.
재계는 과거에 혐의를 벗은 사안들에 대해 다시금 강도 높은 사정이 재개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투자와 성장 일자리창출을 위해선 기업인들의 솔선수범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제회복의 돌파구는 대기업들의 공격경영에서 나온다. 총수들이 전문경영인과 조화를 이뤄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씨앗을 뿌리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자동차 전자 철강 화학 정유 등 주력제조업은 매출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신성장 창출로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재계는 투자와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처럼 기업인들이 위축되면 공격경영과 투자확대, 신규사원 채용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등을 위한 각종 규제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도 초이노믹스를 통해 투자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는 기업인 사면, 가석방 집행유예 선처도 바라지만, 무차별 기업 및 기업인 사정이 해소되길 더욱 희망하고 있다. 재계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불투명성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느 기업이 유탄을 맞을까 하고 가슴 졸이는 것은 해소시켜 줘야 한다. 재계에 깔려있는 음습한 저승사자 기운을 걷어내 줘야 한다. 속도조절을 해서라도 재계의 불안감을 씻어 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아베총리의 아베노믹스가 빛을 발하고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과 엔저정책,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으로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 도요타 닛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간판기업들의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제조업이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다.
한국은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가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화가치 고평가 등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와 규제완화 미흡, 기업인 사정정국 등이 겹쳐서 성장은 더디고, 디플레마저 우려되고 있다. 최부총리는 다시금 파격적인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체질개선,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 재계와 더 많은 소통도 해야 한다.
일본기업들은 펄펄 날고 있는데, 한국기업들은 잔뜩 주눅 들어있다. 정부가 재계의 이 불안한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