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할 자산이 충분할 경우 가능한 이야기...자기 위안일 수도

   
 
“다 쓰고 죽어라”는 스테판 폴란과 마크레빈의 “Die Broke”의 한국어 제목이다. 노년을 위한 재무전략 그리고 은퇴를 앞둔 분들을 위한 은퇴전략 강연에서 자주 언급되는 책이다. 동 서적은 미국에서 1997년 출간되어, 다음해인 1998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저자들은 각종 강연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 서적이 제공하는 조언은 당신들이 젊어서 모은 자산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하지 말고) 소비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2009년에 번역되었으며 “다 쓰고 죽고자 작정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손해 볼 것이 없다” 혹은 “죽을 때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길 때에는 신중을 기하라”는 제안을 한다. 새로운 조언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인생을 뒤바꾼 재테크의 바이블”이란 평가를 받는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조언을 듣고, “(장례비만 남기고) 평생 번 것을 다 쓰고 죽자,” “(자식에게) 줄 것 없어 행복하다”는 조언을 한다. 얼핏 들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노령화가 중요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우리나라는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을 위한 자산관리 전략분야가 성장하고 있어 이와 같은 조언들은 앞으로 증가할 것이다.

“다 쓰고 죽어라”는 조언은 자산을 물려주어 자손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히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친구인 크리톤과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당시 상대적으로 부유했던 크리톤은 아버지가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식이 부모를 봉양해야 하며, 이는 부모도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부모라면 자신이 모은 자산을 자녀에서 상속하여 자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면 높은 만족감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부양과 자산 상속은 약간 다른 이슈일 수 있지만, 결국 상속을 통하여 자식들에 부를 물려주고자 하는 사고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노인들과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자화상

대다수 우리나라 노인 분들은 자녀가 있음에도 자녀들과 동거를 희망하고 있지 않다.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구비율은 90%를 넘어서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에서 2014년 고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노인인구 가운데 약 76% 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많은 노인들은 자녀들과 떨어져서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약 98%)의 노인들은 자녀(혹은 손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 분들 5명 가운데 1명도 안 되는 비율인 19%만이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노인 분들은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동시에 자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40.9%의 노인들이 비동거 자녀에게서 정기적으로 현금지원을 받고 있다. 비정기적이라도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노인은 약 91%에 달한다. 자녀로부터 받고 있는 경제적 지원이 전부라고 볼 수 없으며, 43%의 노인이 자녀로 부터 청소·빨래, 수발 등 지원을 받고 있다.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요인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 그리고 사회적 교감일 수 있다. 노인들 가운데 약 64%가 정서적으로 자식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노인들도 비동거 자녀들에게 정서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도 약 55%에 달한다. 자녀와 동거를 하지 않는 노인들의 약 72%가 자녀와 주1회 이상의 연락을 하고 있다. 오늘날을 살고 있는 많은 어르신들이 과거 당신들의 자녀들에게 제공한 (경제적 그리고 비경제적) 지원과 비교하면, 현재 당신들이 자녀들에게 받고 있는 지원의 크기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란 것은 물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를 보면 당신들에게 자녀들은 축복이란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동일한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당신들은 자신의 경제상태 혹은 건강상태에서 누리는 만족감보다 자녀 혹은 배우자에게 느끼는 만족도가 훨씬 높다고 한다. 노인들 가운데 자신의 경제 상태에 대하여 만족하고 있는 비율은 약 15%, 건강에 대한 만족을 하고 있는 비율은 약 29%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만족도의 경우 약 69%로 다른 어느 만족도 보다 훨씬 높다. 약간 낮지만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도 약 68%를 기록하고 있다. 동거를 원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노인들은 비동거 자녀에게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비동거 자녀에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 분들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자녀로부터 인생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 “다 쓰고 죽어라”는 조언은 자산을 자손에게 물려주어 자손이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히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없으니 그냥 다 쓰고 떠나고 싶어요

노인들의 삶에서 자녀에게 느끼는 행복감이 높은데,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자산관리 전략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함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4년 보건사회연구란 학술지에 저자는 “주택상속 의향에 대한 탐색적 연구”란 논문을 발표하였다. 자산을 보유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음으로, 동 연구에서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2천명의 고령자 가계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을 활용하였다.

서두에 언급한 ‘다 쓰고 떠나겠다’는 자산전략을 채택하고 있지 않은 노인은 약 78%에 육박하고 있었다. 자식에게 주택을 물려주겠다는 응답은 약 59% 그리고 주택가액의 일부를 물려주겠다는 응답은 19%였다. 자산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약 1/5에 불과한 것이다. 동 설문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노인을 설문대상으로 하고 있어 주택이 없는 노인을 제외하고 있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계는 결국 저자의 가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게 된다.

놀랍게도 노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가 적을수록 다 쓰고 떠나겠다는 응답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이 동일한 상황에서 자산규모가 증가할수록 주택을 상속하겠다는 응답이 통계적으로 유효하게 높다고 분석되었다. 다시 말하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노인들이 ‘다 쓰고 죽겠다’는 응답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결과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 가계에 대한 분석이다.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노인은 주택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응답하여, 결국 다 쓰고 가겠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다 쓰고 가기 위해 부채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할 수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소득이 높은 노인일수록 다 쓰고 가겠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득은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이 존재하며 연구에서는 자산소득을 제외한 노동소득만을 고려하였다. 은퇴할 노인이 노동소득이 있다는 것은 경제활동을 지속하신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노동소득이 필요하다는 긍정적이지 않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지 통계적 유의성을 하락하였지만,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노동소득이 증가할수록 다 쓰고 가겠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되었다.

"Die Broke: 다 쓰고 죽어라"란 자기위안일 수도...

저자의 연구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지극히 평범한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다 쓰고 가겠다는 자산전략은 자산을 적게 보유하고 있거나,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노동소득이 높은 노인들이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속을 할 충분한 경우 자녀들에게 자산을 상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여력이 되는 범위에서 자식에게도 상속도 하고 동시에 자신들을 위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Die Broke: 다 쓰고 죽어라"란 자산관리 전략은 노인 분들이 자기위안으로 수용할 수는 있지만, 상속할 자산이 충분하다면 상속하고 싶으신 것이 2015년을 살아가는 우리 부모의 마음인 것으로 보인다. /유승동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