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국 의존도 심화에 걸림돌 우려
국산 전기차 비롯해 PHEV 5종도 제외…보조금 적용 '전무'
현대차, 조지아 공장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2024년 하반기 양산 목표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실시하며 국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친환경차는 보조금 혜택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재 IRA는 미국 생산제품에만 보조금 혜택을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향후에는 배터리 원료나 부품 중 중국산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보조금이 주워진다는 내용이 포함 돼 있다. 

하지만 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원자재에 중국산 원료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현지에 생산공장이 없는 만큼 경쟁력 약화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부터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5종 외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5종까지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현대차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 브랜드 가운데 미국 정부에서 친환경차 전체 모델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조금을 못 받는 PHEV 모델은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니로 PHEV 모델이다. 당초 이 모델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지급됐던 최대 6587달러(약 885만 원)까지 보조금 해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친환경차의 판매는 보조금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차량가격에 보조금의 적용에 따라 수백만 원 가량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정부의 결정으로 국내 모델들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게 됐다. 이에 당장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물량을 받아 일감을 확보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수출물량 중 친환경차 모델이 없거나 미국에 판매되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톱3의 희망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에서 판매되는 전기차가 그동안 보조금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모델들에 비해 약 1만달러 이상의 가격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이 강점이 사라져 판매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배터리 원료나 부품 중 중국산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전기차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및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산 원료를 대체할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배터리 핵심 원료인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수입액의 84.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특히 중국산 수산화리튬 수입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9.2% 증가했다.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더 높아진 것이다.

코발트와 천연 흑연의 전체 수입액 대비 중국 비중도 각각 81.0%(1억5740만 달러 중 1억2744만 달러), 89.6%(7195만 달러 중 6445만 달러)에 이르렀다. 코발트의 중국의존도도 2018년 53.1%였지만 4년 만에 27.9%포인트나 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 현지 생산공장이 완공된다고 해도 결국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우려가 크다. 다른 경우에는 미국생산 배터리를 적용하게 된다고 해도 가격적인 강점이 사라지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선적으로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올해 안에 착공하기로 하고 관련 사안을 챙기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라인이 완공돼야 원자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상반기에 완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10월 착공해 2024년 10월 완공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에는 보통 2년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대표적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나 'GV60' 'EV6' 등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것이 아닌 만큼 보조금 지원 혜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이에 현대차는 친환경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10월부터,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GV70 전동화 모델'을 올해 말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는 10월 전용 전기차 생산 공장을 착공하면 아이오닉5, GV60,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서 만드는 전기차들도 2024년부터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고 출시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이곳에서 전기차에 승부를 걸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전기차 부문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전기차로 재편되고 있는 완성차 시장에서 저변확대를 통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판매가 줄어들면 처음 잡은 승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배터리의 핵심 원료들에 대한 중국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근거로 이번 미국의 결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제기 중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에 따라 차량 구매가격이 바뀌는 만큼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 시행됐다"며 "국제기구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빠른 생산라인의 변화를 통해 친환경차의 현지 생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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