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막말한 사람이 ‘충암고 교감 막말’ 조사할 명분 없어
   
▲ 이원우 기자

조선시대를 조명한 책을 읽다보면 당시 위정자들의 표리부동에 혀를 내두를 때가 많다. 전란의 와중, 왕 앞에서는 결사항전의 우국충정을 뽐내던 신하들이 뒤로는 자기 재산과 노비들을 전부 피신시킨 뒤였다거나 하는 식이다.

21세기에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목청을 높이는 국회의원이 젊은 시절 기를 쓰고 병역을 기피했다는 얘긴 너무 흔해서 이제 뉴스도 못 된다. 위정자는 아니지만 박정희와 박근혜를 연결시키며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법조인이 정작 박정희 시절엔 사법시험 준비하느라 학생운동 한 번 한적 없다는 아이러니에도 사람들은 무감하다.

슬프게도 서울교육의 수장 조희연 서울교육감 역시 표리부동의 질곡에 스스로를 유폐시켜 버린 것 같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축소를 추진하고 “특목고(외고)도 없어질 수 있다”고 발언(2014년 7월 30일)했던 그의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얘기는 꽤 알려진 편이다. 조선시대의 표리부동을 충실하게 재현이라도 한 듯하다.

작년 지방선거 유세 중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 결국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과정에서도 그의 희한한 자기중심적 이중성은 세간에 노출됐다.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현명하고 사려 깊은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더니, 7인의 배심원 전원이 유죄평결을 내리자 “굉장히 미시적인 법률 판단을 하셨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검찰의 반대까지 뚫어가며 굳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한 가지 지적하자면 ‘배심원들이 강남 출신이라 조희연에게 불리하게 평결했다’는 일부 지지자들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 7인의 배심원단은 서울중앙지법 관할인 강남, 관악, 동작, 서초, 종로, 중구 등 6개 지역에서 300명이 소환되고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이 차례로 배제권을 행사해 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이 자기들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믿는 게 아니라면 교육감에게만 불리한 평결이 내려졌을 가능성은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작년 지방선거 유세 중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기소, 결국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과정에서도 그의 희한한 자기중심적 이중성은 세간에 노출됐다. /사진=연합뉴스TV

조희연 체제의 표리부동은 4월초 불거진 충암고 교감 파문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밥 먹지 마라” “꺼져” 등의 막말을 했다는 경향신문 기사가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서울교육청은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을 급파해 조사에 돌입했다.

민주당 서울시의원 출신인 윤명화 인권옹호관이 정작 ‘교감의 막말’ 여부는 정밀조사하지 않았다거나,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문제는 충암고 막말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그녀야말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막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윤명화 인권옹호관은 지난 3년간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닭그네”로 표현했고 대선 이후에도 대통령을 “그네” “할매” 등으로 비하한 트윗을 여러 차례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분명 ㅂㄱㅎ를 선택했을 노인부대와 함께 타고 가는 지하철 1호선 정말 맘이 불편하고나”라는 트윗에서는 노년층의 인격을 비하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새눌당(새누리당) 머리 나쁜 건 알아줘야 함” “통일이 대박? 로또인줄 아나?” “몇 개 국어 하는 냥반 대체 뭘 하구 온 걸까요?” “할매 외국 다녀올 때마다 얼마나 썼는지 자료 요구하는 자들이 없네” 등으로 강력한 정치편향성을 드러내는 막말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누군가의 막말을 조사하고 처벌할 명분이 과연 윤명화 인권옹호관에게 있는지 의심스럽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들의 ‘한결같은 이중성’을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막말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관이 알고 보니 막말꾼이었다는 식의 부조리가 사라지기에 조선왕조 500년은 너무 짧았던 건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