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형사처벌 과잉규제 도 넘어…과태료·민사 해결 우선돼야
   
▲ 차기환 변호사

20세기 대부분의 국가들에 있어 행정 규제 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이를 단순히 과태료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선을 넘어 형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례들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지나쳐 과도한 규제입법 및 이에 대한 형벌적 대응이 남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 도표를 보면, 전국민의 약 22%, 15세 이상 인구대비로는 26.5%가 전과자이며 누계 숫자로는 약 1100만명에 이르고 있다.

가령, 예를 들면, 공중위생관리법에는 미용사와 이용사 자격을 따로 규정하고 있는데 미용업은 손님의 얼굴, 머리, 피부를 손질하여 손님의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영업, 이용업은 손님의 머리카락 또는 수염을 깍거나 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손님의 용모를 단정하게 하는 영업이라 규정하고 있고(제2조) 미용사 또는 이용사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미용 또는 이용의 업무를 하는 경우 벌금 300만원의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최근 남자들이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남자 손님의 머리를 커트하는 미용실 주인 또는 종업원은 하루에도 여러번 벌금 300만원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또 국유림이나 타인 소유의 산림에서 도토리를 따거나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3조 위반으로 징역 7년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의 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수많은 행정단속법률에 위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규범력이 상실되어 있거나 또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규정은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 논쟁이 가열되면서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 영세 중소기업 등의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 경찰청 통계

2012년 대선 경쟁의 와중에서 대기업이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에게 납품거래의 단절 등의 위협을 가하여 무리하게 납품단가를 깍는 경우 깍는 납품단가액 총액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이득액 50억원 이상) 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이득액 50억원 미만 5억원 이상), 1년 이하 징역(이득액 5억원 미만)에 처하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표심만 노린 것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했는데 법안으로 성립하지는 못했다. 이와 내용은 다르지만 취지는 유사한 규제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0조에 도입되었다.

업무상 배임죄도 최근 경제민주화의 흐름에 따라 엄격히 집행되는 경향이 있는데 외국의 business judgment rule에 비추어 좀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경영진이 자신 또는 회사와 관계없는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훼손한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상 배임죄의 적용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개인적인 횡령, 비자금 조성 등의 경우 업무상 횡령죄로 의율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규제법규 증가와 규정의 모호함은 부패와 비효율의 온상

행정적 규제법규가 증가하는 한편 규제조항에 ‘정당한 사유’ 등과 같은 일반조항이 많이 포함될수록 법을 집행하는 행정당국의 재량과 판단의 여지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법규정들은 관료들의 자의적 판단 소지가 개입될 수 밖에 없어 부패가 생기기 쉽다.

   
▲ 20세기 대부분의 국가들에 있어 행정 규제 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이를 단순히 과태료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선을 넘어 형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례들이 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지나쳐 과도한 규제입법 및 이에 대한 형벌적 대응이 남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부패 이외에도 규제법규가 증가하고 규정이 애매할수록 이와 관련된 법률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어 경제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가능한 한 처벌규정을 두려면 그 법규의 적용을 받는 자들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야 하고 일반조항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반조항과 관련된 것은 아니나 규정의 모호한 것을 악용하여 기업이나 그 임직원을 처벌해서는 안된다. 필자가 처리했던 사건 중 지금도 가슴아픈 사건이 있다. IMF 위기를 맞이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노력하던 1999년경 모 코스닥 A 기업이 해외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그 주간사 업무를 B 증권사가 했으며 실제 업무를 C 과장이 했다.

해외전환사채라 하지만 인수자인 외국인이 1일만 overnight 하고 미리 조정하여 둔 국내 투자기관에게 이를 매도하는 약정을 체결한 상태였고 그 약정에 따라 인수하였던 외국인은 상당한 수수료를 챙기고 국내 금융기관에게 매도하였다. 코스닥 공시상으로는 외화유가증권 발행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개인투자자들은 그것이 외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당시 검찰은 위 B, C를 증권거래법위반으로 기소하였고 법원도 유죄판결을 했었다.

그러나, 당시 규정상 위와 같은 외화표시유가증권 발행이 위법은 아니었고 수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행하였으며 심지어 甲 대기업과 乙 대기업이 상호 상대방 계열사가 발행한 외화표시유가증권의 Overnight 한 증권을 매수하여 주기도 했다. C과장은 처리단계에서 금감원에 구두로 확인도 하고 처리했으나 2심 법원은 유죄판결을 하였다.

C과장은 자신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업무를 금융당국의 구두확인까지 받아 처리했으나 전과자로 전락하였고, 환멸을 느낀 나머지 그 업계를 떠났다.

행정규제법규를 증설하면서 그 위반행위의 억제를 형사처벌규정으로 손쉽게 하려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전국민의 25% 정도를 전과자로 만드는 법체계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가능한 한 과태료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문제로 해결하고 피해법익이 중대하고 고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형사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차기환 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