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여기에다 기업을 승계하려면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 규정에 따라 최고세율이 60%까지 확대된다. 최고세율 60%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 영속성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본지는 주요 선진 국가들의 상속세 현황을 알아보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영속성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속세를 폐지하고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할 경우 상속세를 지불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필요가 없어 승계가 원활해질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한 평가, 특히 주식의 가치가 정상화돼 약 1400만 명의 주식 투자자들의 재산 역시 가치가 높아지게 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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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 /사진=공동취재사진 |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창현·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기업법연구소 주최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 과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황 교수는 “한국 대기업 지주회사의 PBR(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 0.5 근처인 건 말이 안 된다”며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해 대주주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주주는 주가를 낮추려 하고, 일반 주식투자자 1384만 명은 주가가 올랐으면 하는 모순이 제거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주가가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주식시장이 형성돼 경제활성화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황 교수는 상속세 완화야말로 '제2의 토지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속세를 개혁하려면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할 가능성이 커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황 교수는 "1384만 명의 주식투자자들과 592만 명의 삼성전자 투자자들이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게 된다면 야당도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최고 60%의 상속세를 바꾸면 세수와 고용, 국민 재산 뿐 아니라 연기금의 수익율이 늘어나고, 손해보는 사람들은 없다"고 강조했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발제자로 참석해 자본이득세 도입을 상속세 완화의 대안으로 내놓았다. 임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상속세율 인하는 물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하고, 동시에 연부연납 기간을 연장해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자금 압박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경영권 승계 보장을 위해 기업 승계 관련 주식의 전면적인 자본이득세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의 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주식 처분 시 사망자와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을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에도 맞다"고 설명했다. 기업 승계의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조세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해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고 주식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한다"며 "기업의 대주주가 주가와 상속세를 연동시킨 상속법 아래에서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낮은 주가를 유지하는 것은 합리적 행위이기 때문에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를 없애거나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주가가 상승하고, 세수가 증가한다"며 "세수가 증가해 국부가 증가하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적으로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완화나 폐지를 시행한 나라들이 그렇게 하지 않은 나라보다 더 부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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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영속성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속세를 폐지하고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토론자로 참석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20여 년 간 우리나라 상속세제 개정의 역사는 재벌의 상속세 절세를 막으려는 시도의 역사였다"며 "앞 다투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체코, 노르웨이 등 OECD에 속한 15개 국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김 명예교수는 "상속세는 이미 소득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취득세나 소득세를 부과한 재산에 세금을 한번 더 내게 하는 것이어서 이중 과세인 데다,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자본 축적과 투자가 줄어 경제성장에도 저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열심히 노력해서 벌고 저축해서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이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세미나 개회사를 맡은 최준선 한국기업법연구소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기업 승계를 가로 막는 상속세제 때문"이라며 "최고 세율 60%에 이르는 기업 상속세로 인해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기업이 승계되지 못하고 공중 분해 되는 것 만큼 치명적인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개최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업승계가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창출, 중장기적인 투자 활성화와 혁신전략 수립, 그리고 국가 재정수입의 안정적 확보와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각에서 상속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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