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날이면 달을 찾는다.
“한번 가면 겉이 보이고, 두 번 가면 안이 보이고, 세 번 가면 속이 보일까?” 하는 믿음에.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는 것이 현실.

달과 비행기가 그랬다.
인천공항, 시화방조제, 서산까지 갔으나 번번이 실패.
인천공항은 달과 비행기의 비율을 몰라서.
시화호는 달과 비행기의 시간을 몰라서.
서산은 포인트를 몰라서 좌충우돌.
사실 새로운 주제는 "하수 고수 모두 초보다"로 위로하지만 계속되는 연패에 어느새 응어리로 남아있다.

   
▲ 지혜는 많은 실패가 선생님이었다. 700mm, 1/8초, F9, iso 6400,인천공항©김상문 기자

너를 잊을까?
아니 그러지 마!
실패 속에 숨어 있던 ‘해결이’가 말한다.
달과 비행기의 비율 차이는 촬영 장소 변경으로,
촬영 각은 달과 비행기가 일치하는 시간은 하루에 한두 번이라는 점.
좌충우돌은 매의 눈으로 때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다는 점을 알려준다.
더불어 귀는 비행기 엔진 소리로 민항기와 군용기를 판단할 수 있었고, 눈은 항공기 고도를 보면 촬영 여부를 판단하는 안목이 되었으니 실패의 덕분이다.

하지만 달과 비행기는 맨땅에 헤딩으로 해결되는 주제가 아니다.
고정된 부제에 달을 촬영하는 것과 달과 비행기가 둘 다 움직이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다. 
분명히 합의점이 있을 텐데·····.

계속되는 실패에 몸은 사진장비에 치이고, 마음은 하염없는 기다림에 속절없다.
나는 너희들과 인연이 없나 보다.

   
▲ 비행기를 저속 셔터로 촬영하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했다.500mm, 1/200초, F16, iso 3200,시화 나래 휴게소 ©김상문 기자

‘달의 시간’을 담기 위해 찾은 해남의 땅 끝 마을.
보름달이 보길도 방향에서 환하다.
밉상, 너에게 눈길이나 주나 봐라.

어! 어! 어!
비행기가 보름달 안으로 날아가니 신기하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하더니 너라는 마음은 참 간사하구나.”
무더위에 잠 못 들고 모기에 시달려도 좋은 달밤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월출이 50분 늦고 서쪽으로 13도 이동하니 월령 매직이 기대된다.
크롭 바디와 줌렌즈 200~500mm에 1.4 컨버터를 결합 초점거리를 1050mm로 확장했다.
달은 렌즈 100mm에 1mm 크기로 촬영되니 1050mm는 10.05mm로 크기로 기록된다.

해남은 인천, 시흥, 서산과 달리 비행기는 수평선 우에서 좌로 날아온다.
화면 중앙에 보름달을 배치하고 초점과 조리개는 달에게 셔터는 비행기에 맞춘다.
더불어 시시각각 변하는 노출은 감도를 이용.

표시등 깜박이며 날아오는 비행기.
제발 비행기야, 제발 달아, 서로를 꼭 품어주기를 바래.
1초, 2초의 기다림에 입술이 바싹 바싹 타들어간다. 
결정적 순간 셔터를 '꾹' 눌렀다.
달 위로 날아가거나 달밑을 유유히 지나가는 비행기.
너희들 참! 징하다. 또 달밤에 달 타령.

다음날 이발하고 목욕하고 손발톱을 깎았다.
사진장비도 정성껏 챙기니 징크스가 해결된 느낌(?)

찰칵!
너희 둘은 언제부터 찰떡궁합이니?
그렇게 애를 먹이더니 이번에는 촬영 위치를 변경해도 용하게 일치를 이룬다.
​‘사진의 우연성’도 깔딱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우쳐준 너희들 고맙고 고맙다.
세상 사진을 다 찍은 기쁨. 
“지원아! 어디 가니”

   
▲ 달 타령은 "비행기가 달 중앙에 꼭 있어야 하나"로 시각이 변했다. 460mm, 1/3초, F8, iso 3200,해남 땅끝 마을 선착장 ©김상문 기자.

   
▲ 달과 비행기가 일치하는 시간은 하루 중 한두 번이다. 일정한 항로의 비행기와 달리 달은 움직이기 때문이다. 500mm, 1/30초, F8, iso 1600,인천공항 ©김상문 기자
















[미디어펜=김상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