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한투운용 대형사 이름값 못해...자금 이탈 중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중소형 자산운용사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대형사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46개 운용사의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순자산이 2조원이 넘는 대형 운용사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중소형 운용사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이 2조원이 넘는 운용사 중 최근 1개월 수익률이 상위 10위 안에 든 곳은 5위의 미래에셋자산운용(3조1507억원, 7.1%)이 유일했다. KB자산운용(2조9976억원, 5.5%)이 24위에 그쳤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수익률(2조7586억원, 4.8%)이 37위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2조3965억원)의 수익률은 4.6%로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이 2조원이 넘는 운용사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운용사 순위는 40위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최근 3개월 기간 중에서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8%를 기록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가치주 위주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을 기치로 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수익률이 대형사 중 꼴찌를 기록한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 운용사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KB자산운용의 주식형펀드에서만 자금이 9338억원 유출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주식형펀드에서도 455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1월 취임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수익률을 강조하면서 “고객에게는 수익률로, 회사 경영은 수탁고로 말하겠다”고 밝힌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의 말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주력 펀드의 수익률 악화와 위상 하락으로 고심하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정찬형 대표를 지난해 7년여만에 자리에 물러나게 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대표만 바뀌었을 뿐 수익률이나 펀드의 자금유출 등에서는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의 외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 중소형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대형 주식형펀드의 수익률 부진을 겪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도무지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도 섞여있지만 대형 운용사라는 이름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이 자금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자금이 빠져나가는 대형 운용사에 비해 존 리 대표가 이끄는 메리츠자산운용은 간판펀드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앞세워 올해 2882억원을 주식형펀드에 빨아들였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역시 중소형주펀드 등을 내세워 주식형펀드에 올해 자금 715억원이 유입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담을 수 있는 자산에 한계가 있어 수익률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질 수 있다. 또 수익률이 낮은 펀드는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담았을 수 있다”면서도 “결국은 펀드매니저의 실력이 가장 큰 수익률의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