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 임직원들의 횡령액이 지난 6년간 약 1700억원(횡령건수 327건)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금융권 횡령사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 와중에 횡령사건에 연루된 금융사의 등기임원들은 연봉과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총 642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생명인 '신뢰'가 바닥으로 향하는 가운데, 경영진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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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권 임직원들의 횡령액이 지난 6년간 약 1700억원(횡령건수 327건)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이달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규모가 가장 큰 곳은 일반은행권으로 5년동안 894억원에 달했다. 뒤이어 상호금융사 256억원, 자산운용사 167억원, 저축은행 149억원 순이었다.
업권별로 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이 717억원(횡령 9건)으로 횡령액수가 가장 많았다. 뒤이어 하나은행 70억원(17건), NH농협은행 29억원(15건), IBK기업은행 28억원(10건), 신한은행 8억원(14건), KB국민은행 1억원(7건) 순이었다. 보험에서는 KB손해보험이 12억원(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생명이 8억원(5건)으로 뒤를 이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단위농협이 154억원(5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수협 69억원(19건), 신협 61억원(58건)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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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2022년 중 3개년도 이상 횡령사고 발생 금융사 현황/자료=양정숙 의원실 제공 |
횡령에 따른 피해금액도 매년 커지고 있다. 횡령액은 2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이듬해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 등 매년 급증했다. 올해는 이달 현재 은행권 706억원(13건), 상호금융 102억원(17건), 저축은행 62억원(2건), 보험 7억원(3건) 등 87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6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들 금융사는 대규모 횡령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등기임원을 중심으로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양 의원에 따르면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연평균 65회의 횡령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금융사 등기임원은 상여금 등으로 총 642억원을 챙겼다. 2017년에는 144억원(68회)의 횡령이 발생했는데도 사건이 발생한 은행, 보험, 상호금융 11개사 등기임원이 연봉과 상여금으로 91억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26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임원들이 168억원을 챙겼다.
업권별로 은행에서는 하나은행이 67억원(등기임원 12명)으로 연봉·상여금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국민은행 53억원(6명), 신한은행 48억원(10명), 기업은행 29억원(10명), 농협은행 28억원(15명), 우리은행 24억원(7명) 순이었다. 보험에서는 삼성생명이 173억원(11명)으로 국내 금융권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이어 KB손해보험이 19억원(6명)으로 뒤를 이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단위농협이 119억원(119명), 신협 45억원(76명), 수협 38억원(35명) 순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은 "횡령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는 금융사 내부 문제를 넘어 국민의 믿음을 횡령한 것으로 금융사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며 "동일한 금융사에서 횡령사건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재발 방지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에게 신뢰를 잃고도 횡령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진과 임원들이 사고 발생 당해연도까지 고액연봉과 상여금까지 챙긴 것은 금융계의 고질적 모럴헤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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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사고 발생 금융사 임원 보수 현황/자료=양정숙 의원실 제공 |
양 의원은 금융권 전반에 만연한 횡령사건을 두고 뒷짐을 지고 있는 금융당국도 강하게 질책했다. 양 의원은 금감원에 금융권 횡령사건 사전 예방을 위한 추진사업 현황과 성과, 향후 특별 대책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이 일상 업무 관리 수준으로 답변을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출입기자 간사단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 전에 생각한 것보다 (우리은행 수시검사 결과에 대해) 훨씬 더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려야 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제재의 범위라든가 대상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통제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면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과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누구한테 지우는 가는 약간 좀 차원이 다르다"면서 "상식적으로 수긍 가능한 내용과 범위가 아니라면, 금융기관 운영 책임자한테 직접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 되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대원칙은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횡령을 포착하지 못한 만큼, 강압적인 제재를 펼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우리은행 횡령사고 수시검사 직후 은행권 내부 통제기준 강화를 시사했다. 당국은 수시검사에서 횡령 외에도 △인사관리 △공문관리 △통장 및 직인관리 △문서관리 △직인날인 관리 △출자전환주식 관리 △지점감사 △이상거래 모니터링 등의 문제점을 발견하며 '내부 통제기준'의 미비함을 꼬집은 바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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