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추석 전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대혼란에 빠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기로 한 걸 두고 당 내 반발이 거세지면서다.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 측이 권 직무대행체제와 비대위원 모두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추가 가처분을 통해 맞불작전을 놓고 있어 새 비대위 출범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 이후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한시적으로 맡아 현재 혼란을 수습하고, 추석 전까지 새로운 비대위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 내에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임시 지도부 조차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9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상임전국위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이 국민의힘이 주장한 '당 비상상황'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비상상황 요건을 구체화 한다는 계획이다.
|
|
|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8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원들이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 출범 때까지 비대위를 꾸려나간다는 걸 합의했다”라며 “상임전국위 한두 번가량, 전국위 두어 번가량 진행돼야 전체 절차가 마무리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전국위 개최 권한을 가진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은 “두 번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라며 전국위 개최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 국민의 뜻”이라고 했다.
특히 그동안 권 원내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했던 안철수 의원까지 나서서 권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는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해 구성원의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즉시 여건을 만들어주셔야 한다”라며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3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오전 의총에서는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이날 오후 2시 다시 의원총회를 재개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 제96조 1항은 비대위 전환 요건에 대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당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되어 있고,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 부분도 모호한 면이 있어, 이를 '최고위원 2분의 1 사퇴',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으로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 모두 발언에서 자신을 향한 사퇴압박을 의식한 듯 “의총을 통해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견 표출되면서 당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당의 위기는 전 당대표의 성상납 의혹 무마 시도가 윤리위 징계를 받으면서 촉발됐음이 주지의 사실”이라며 당 혼란의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
|
|
▲ 8월30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나 당 내에서는 여전히 권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순서가 잘못된 게, 비대위로 갈거냐 말거냐를 먼저 고민해야 되는데 당헌·당규를 갖고 계속 토론을 하더라"라며 "오후 2시부터 아마 본격적인 자유토론으로 이어질 거고 저도 그 때 가서 거기서 권 원내대표 물러가라고 정면에서 얘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3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출범 전까지만 직무대행으로서 혼란을 수습하고 그 이후에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나.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라며 "당 내에서도 불만이 많다. 표현을 안하는 것 뿐이다. 자꾸 실수를 하시니까"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29일 법원에 권 원내대표와 비대위원들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하면서 맞대응에 나섰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비상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치한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며 “무효인 비대위가 임명한 ‘무효 직무대행’과 ‘무효 비대위원’은 당을 운영할 적법한 권한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