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율 29.7%→50.3%
전셋값 하락 지속…세입자 못 구해 '역전세난' 우려
'시장 안정화'로 보긴 어려워…"주거비 부담 여전"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우려했던 ‘8월 전세대란’은 없었다. 갱신계약 비중이 증가하고 월세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세시장 약세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다만 전셋값이 여전히 높은 가격대에 형성돼있고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당분간 줄어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율이 지난해 6월 29.7%에서 올해 6월 50.3%로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비율은 지난해 6월 29.7%에서 올해 6월 50.3%로 20.6%포인트 증가했다.

갱신계약은 최초 자료가 공개된 지난해 6월 가장 낮은 기록을 보인 이후 점차 증가해 우상향 기조를 나타내왔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신규 계약은 52.9%인 반면 월세 계약 중 신규 계약은 72.6%로 월세 신규 계약 비중이 더 높았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들어 과거 어느 때보다 아파트 월세 거래가 많아졌는데 이 중 많은 부분이 비교적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계약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시장에서 갱신계약 비중이 증가한 데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띄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니즈가 맞물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시장 가격이 오른다면 전세시장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선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전세가격을 올려서 받으려는 수요가 나타날 텐데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동결이나 소폭 인상 수준에서 기존 세입자와 거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 입장에서도 새로 집을 매수하거나 다른 곳을 구하기 보다는 머무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다 보니 시장에서 움직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지난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첫 만기가 도래하는 올해 8월 전세대란이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매물이 줄어들고 집주인이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측과는 달리 전세시장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0.13%로 전주(-0.07%)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10%→-0.18%)과 서울(-0.04%→-0.06%), 지방(-0.05%→-0.09%) 등 전국적으로 낙폭이 커졌다.

오히려 이와는 역으로 매물이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하면서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결국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여파가 계약갱신청구권 영향을 덮었다고 볼 수 있다. 여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가격이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2년 전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전세가격이 높게 형성돼있을뿐더러 월세화 가속으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더욱 증가할 여지가 있어서다.

김 부연구위원은 “세입자가 받아들이는 가격 상승폭은 2년 전과 비교인데 전셋값 자체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이다 보니 세입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숫자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욱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로 전환하면서 매달 나가는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주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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