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자유 시장경제에 비호감적이다. 현재의 한국은 평등을 앞세우고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결여되어 국가 정체성 혼란 및 사회 질서의 교란 상태인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었던 19세기와는 달리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21세기까지도 정부는 가부장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들은 여전히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작은 신장이지만 경제학계에서는 거인의 면모를 보여준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의 발간을 기념하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지난 29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밀턴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발간 35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프리드먼의 설명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지적 태도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 글은 토론자로 참석한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최승노 부원장은 복지, 교통, 전력 분야에서의 국가독점이 국민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국민연금, 공기업 독점의 문제 등에 관한 대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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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우리에게도 선택할 자유가 필요하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의 선택에는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개인은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결과를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의 기본적인 원리다. 그러나 자유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 개개인에게 얼마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교육, 노동, 금융 등 수많은 곳에서 규제를 통해 우리의 선택권을 빼앗고 정부가 대신 선택하면서 국민의 삶을 간섭하고 있다. 정부는 초등학교에 입학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제와 평준화를 명분으로 앞세워 교육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 학교 선택 및 교육의 내용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은 크게 제약되어 있다.
삶의 현장에 나가도 정부의 간섭과 개입은 계속 된다. 노동에 관한 계약은 크게 제약되어 있다. 근로시간, 임금, 그리고 계약기간까지 법으로 제한한다. 산업 현장에서도 선택권은 정부의 간섭에 의해 제약된다. 가장 규제가 심각한 분야가 농업과 금융 분야다. 금융시장에서는 특정상품을 만드는 것조차 강제하거나 통제하고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하지 않으면 투자를 할 수 없도록 투자의 금액, 기간 등을 세부적으로 간섭하고 제약한다.
이처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제약과 간섭의 결과는 어떨까? 당연히 소비자 폐해를 유발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해 국민 모두에게 손실을 준다. 정부의 간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 자체로 이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며, 후생의 감소를 부른다. 평준화 정책은 학교교육의 질적 개선을 가로 막아 교육 현장의 낙후성을 초래하였으며,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학원을 선택하고 있다.
고용에 대한 간섭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고용 계약에 대한 제약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 막아 경제의 활력을 빼앗아 갔다.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가록 막고 새로운 투자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억눌러 국민의 소득 향상을 가로 막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미국의 1980년대 시대정신 ‘자유주의’
정부의 간섭이라는 현상은 1930년대부터 미국을 포함해 수많은 나라의 경제를 괴롭혔다. 1929년 세계공황이 발생하면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큰 정부의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정부가 임의적으로 개입하여 권력을 휘두른 통화정책의 실패가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의 원인이었음에도 정부의 역할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처럼 경제문제를 발생시킨 정부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함으로 해서 정부 비대화의 함정에 빠졌다. 1970년대까지 정부의,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큰 정부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정부만능주의가 실패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했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가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 되어야 사업은 점차 번성할 수 있다. 이는 민간 경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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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경제원은 지난 29일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선택할 자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주제로 밀턴 프리드먼 『선택할 자유』 발간 35주년 기념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 전경. /사진=자유경제원 |
큰 정부가 부른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큰 정부 시대에서 다시 작은 정부의 시대로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시대사적인 흐름의 변화에는 사상가의 힘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부만능주의란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깨운 것은 밀턴 프리드먼이란 걸출한 경제학자이자 사상가였다. 그는 ‘선택할 자유’를 통해 세상을 구했다.
프리드먼은 “넓은 세상에는 현실을 책임 있게 운영하는 체제가 있다”라는 말과 함께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자유주의 사상을 설파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인과 국가의 차원에서 경제적 자유과 정치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정책들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프리드먼이 일깨운 자유주의가 1980년대의 미국의 경제호황을 이끈 것이다.
2015년 우리의 시대정신도 자유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지금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를 준다. 1970년대 미국에서 벌어졌던 큰 정부의 한계가 지금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이유이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지자 정부가 뭘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하고, 정부에게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 지출은 증세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국민의 부담을 늘려 민간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또한 복지지출이 늘어나면서 낭비적 지출구조와 세금낭비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정부비대화 현상과 함께 나타난다.
프리드먼은 생산수단의 사회화만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생산된 결과물을 사회화하는 것도 사회주의와 같다고 말한다. 유럽처럼 생산량의 절반을 국가가 가져간다면 이것이 사회주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사회주의 정책이 보편화된 나라의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는 것은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평등한 삶을 추구하다가는 함께 못사는 평등한 사회가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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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연금개혁에 있어서 국민적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여야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프리드먼은 방만한 정부 지출과 복지 만능적 사고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면 자유가 파괴될 것이며, 좋은 목적을 위해 끌어들인 힘일지라도 결국 자신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1970년대까지 미국을 지배했던 평등주의적 사고와 사회주의 정책이 만연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이 말은 절실하게 다가온다.
선택할 자유를 허용하라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인권을 억압하는 것처럼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선택할 자유는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정하거나 제약하는 사회주의적 정책들은 마땅히 해소되어야 한다. 더구나 선택할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부작용이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택할 자유를 제약하고 있는 분야가 많다. 과감하게 규제를 해소해 선택할 자유를 확대할 필요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가 법으로 독점하는 분야가 그렇다. 복지, 교통, 전력 등 많은 분야에서 공기업이 독점 상태에서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독점을 보장하는 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강제 가입, 수납 독점, 독점운영, 시혜적 지출 등 독점의 폐해가 크다. 또한 코레일, 한국전력, LH 등 공기업의 독점 구조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공기업의 독점구조를 해소하여야 한다. 그 결과로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며 우리 소비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다.
선택할 자유는 수요자에게 효용과 함께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공급자에게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제공하여 준다. 그야말로 책임을 전제한 자유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1970년대 세계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 낸 프리드먼의 자유주의는 바로 ‘선택할 자유’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과 소비자는 정부가 대신 행사하고 있는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유를 통한 선택과 경쟁 속에서 사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가 강제하고 배급하는 규제와 복지 틀 속에서 피동적인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 삶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능동적인 삶이 기본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서 결정하는 독점적 행태에서 벗어나 국민 개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자유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