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에선 케이뱅크, 지방은행에선 부산은행 각각 1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연합회가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본격 공시했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NH농협은행이, 지방은행에서는 BNK부산은행이, 인터넷은행에서는 케이뱅크가 각각 수용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과 은행연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면서 금리인하 수용건수가 증가하는 한편, 차주들의 이자부담도 다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은행연합회가 은행권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본격 공시했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NH농협은행이, 지방은행에서는 BNK부산은행이, 인터넷은행에서는 케이뱅크가 각각 수용률 1위를 기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날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에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본격 공시했다. 은행연이 집계한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살펴보면, 은행권은 총 88만 8619건(가계대출 85만 236건, 기업대출 3만 8383건)의 요구권을 신청받아 22만 797건(가계 20만 910건, 기업 1만 9887건)을 수용했다. 

은행들이 금리인하를 수용하면서 차주 대상 이자감면액은 총 728억 2900만원(가계 187억 8200만원, 기업 540억 47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면 수용건수는 158% 폭증했고, 이자감면액은 24% 증가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차주가 취업 및 승진 등에 따른 소득 증가, 대출 상환 등에 따른 부채 감소 등으로 재무상태가 개선됐을 때 은행 등 금융권에 금리 인하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반면 재산이 증가했음에도 이미 은행권에서 최저금리를 받았거나, 급여 상승폭이 경미해 은행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는 경우 요구권이 수용되지 않는다.  

   
▲ 5대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대출(가계+기업)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자료=은행연합회 제공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살펴보면, 5대 시중은행에서는 NH농협은행이 59.5%(신청 8534건 중 5079건 수용)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우리(46.5%), KB국민(37.9%), 하나(33.1%) 신한(30.4%) 순이었다. 

신한은행은 수용률이 가장 낮았지만 신청건수 13만 1935건 중 4만 70건을 수용해줘 비교군 중 신청·수용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자감면액도 47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수용률'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에 가장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 모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따른 통계적 착시로 보인다.

지방은행에서는 BNK부산은행이 42.8%(신청 1175건 중 503건 수용)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JB전북(39%), 광주(38.7%), BNK경남(38.2%), DGB대구(37.4%), 제주(6.7%) 순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케이뱅크가 24.6%(신청 11만 2523건 중 2만 7661건 수용)로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카카오뱅크(19%), 토스뱅크(17.9%) 순이었다.

   
▲ 5대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대출(가계)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자료=은행연합회 제공


하지만 가계·기업대출로 구분하면 은행별 순위는 합계치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우선 가계대출을 놓고 보면, 5대 시중은행에서는 합계치와 동일하게 농협은행이 60.5%(신청 8227건 중 4980건 수용)로 1위를 거뒀다. 특히 신한은행은 29%(신청 11만 1060건 중 3만 2218건 수용)으로 합계비교에 이어 수용률이 가장 낮았지만 비교군 중 압도적인 신청·수용건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대부분인 인터넷은행도 케뱅-카뱅-토뱅 순으로 합계치와 비슷한 수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에서는 조금 달랐다. 전북이 38.7%(신청 5838건 중 2257건 수용)의 수용률로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경남(37.9%), 대구(37.2%), 광주(34.3%), 부산(29.9%), 제주(5.6%) 순이었다. 합계치에 견주면 경남과 대구가 약진한 반면, 부산은 꽤 뒤쳐진 모습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5대 시중은행에서는 하나은행이 76.1%(신청 201건 중 153건 수용)로 1위를 기록했고, 뒤이어 우리(61.8%), 국민(40%), 신한(37.6%), 농협(32.2%) 순이었다. 기업대출에서도 신한은행은 2만 875건의 요구권을 신청받아 7852건을 수용해줘, 절대적 수치로는 비교군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지방은행에서는 광주은행이 98.4%(신청 381건 중 375건 수용)로 부산은행(98.2%)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다. 뒤이어 대구(63.6%), 전북(52.9%), 제주(25%) 순이었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중소기업대출의무비율 제도'에 따라, 대출의 상당 부분을 기업대출로 내어줘야 해 통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 5대 시중은행, 지방은행 대출(기업) 금리인하요구권 실적/자료=은행연합회 제공

은행연은 첫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두고 "소비자들이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현황을 확인하고 거래은행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수용률을 기준으로 은행 선택 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리인하요구가 활성화된 은행은 중복 신청 건이 상당수 포함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용률보다 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 등을 중심으로 은행을 비교하는 게 옳다는 설명이다. 

실제 은행연이 집계한 결과, 한 차주는 대출 1건에 대한 금리인하요구 신청을 55회 중복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신한은행도 통계 착시에 따른 불명예를 안았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가계·기업대출 금리인하요구권을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 신청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청을 받고 있지만 가계대출에 한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가계·기업대출에서 비교군 중 압도적인 신청·수용건수와 이자감면액을 기록했다. 

비대면 신청을 받는 인터넷은행도 수용률은 5대 은행에 뒤쳐졌다. 하지만 수용 건수나 이자 감면액은 훨씬 높았다. 대표적으로 카뱅은 수용률이 19.0%에 불과했지만 신청건수 45만 8890건 중 8만 7006건을 수용해 5대 은행과 지방은행을 합친 값보다 많았다. 이자감면액의 경우 케뱅이 53억 5600만원으로 전체 비교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요구권을 수용률로 단순 평가해선 안 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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