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일선 주유소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값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탈원전을 표방했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 가스 가격 급등 탓에 경유 사용량을 늘린 데서 기인한다. 이 추이대로라면 당분간 고유가 국면이 다시 찾아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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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5일 유가 정보 사이트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은 리터당 각각 평균 1741,54원, 1850.91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1900원대였던 지난달 7일보다 휘발유는 10.28%, 경유는 4.64% 내린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은 경유보다 높게 형성돼 있었으나 현재는 경유가 리터당 109.37원 비싸게 팔린다. 이처럼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진 건 지난 5월 11일부터 28일까지로 14년 만에 처음이었고, 리터당 가격 차이가 최소 0.59원, 최대 14.65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경유 시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건 러시아의 대 유럽 가스 제재로 인해 가격이 올랐고,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독일과 프랑스 등이 경유를 찾기 시작해서다. 독일은 천연 가스 수요를 최소 20%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 유럽 각국은 신 재생 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며 적극 탈원전 릴레이에 동참했다가 다시 원자력·석탄 화력 발전소 가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오피넷 자료 기준 국제 경유(0.001%) 가격은 배럴당 140.18달러로 지난달 8일 123.76달러 대비 13.27% 올랐다. 반면 국제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06.14달러에서 102.97달러로 2.99% 떨어졌다. 가격 차이가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해 국내 시장보다 격차가 훨씬 큰 셈이다.
현행 법규의 제한 때문에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유류세를 3회에 걸쳐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유류세를 깎아줬다. 그러나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부가 가치세 10%를 포함해 리터당 820원으로, 경유는 581원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당국이 유류세를 낮춰 휘발유 구매자는 리터당 약 304원, 경유 구매자는 약 212원을 할인받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같은 수준의 인하율이 적용될 경우 휘발유에 대한 혜택이 커져 가격이 낮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유가 국제 천연 가스의 대체제로 떠오르면서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직까지는 전고점을 밑돌고 있으나 선물로 거래되는 국제 유가 시세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데까지는 2~3주 가량 걸리므로 재차 고유가 시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달러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오르고 있고,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며 "백약이 무효인 현 상황에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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