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기은·산은·국민 임피비용 전체의 76% 점유…금융위 대책마련 시급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 임금피크제(임피제) 적용 직원 수가 올해만 2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임피제를 적용하지 않을 시 그에 따른 추가 임금비용이 175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올해 임피제 적용 대상자가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당국이 임피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국내 은행 임금피크제 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임피제 적용 직원 수는 전체 11만 3046명 중 2180명으로 1.93%에 달한다. 

   
▲ 은행권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수가 올해만 21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임피제를 적용하지 않을 시 그에 따른 추가 임금비용이 175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임피제 적용 비중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말 1.28%(금융권 인력 11만 9169명 중 1524명 적용)에 그쳤던 임피제 비중은 이듬해 1.48%(11만 79782명 중 1741명 적용)로 늘어났고, 지난해 말에는 0.43%포인트(p) 상승한 1.91%(11만 5518명 중 2204명 적용)까지 치솟았다. 

올해 5월 말 기준 은행별 임피제 적용 직원 규모를 살펴보면, 산은이 9.81%(3913명 중 384명 적용)로 가장 높았다. 이어 기은 7.07%(1만 3898명 중 982명 적용), 수은 2.94%(1258명 중 37명 적용), KB국민은행 2.22%(1만 6589명 중 369명 적용), 우리은행 2.17%(1만 3777명 중 299명 적용)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례해 임피제 적용 직원들에게 은행권이 지급해야 할 임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은행권이 최근 3년간 임피제 적용 대상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 총액은 5725억원에 육박했다. 연도별로 2019년 1550억원, 2020년 1794억원, 2021년 2382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5월 말까지 은행들이 임피제 적용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은 931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기은이 2187억원(38.2%)으로 가장 많았고, 산은 1098억원(19.2%), 국민은행 1072억원(18.7%) 순으로 집계됐다. 3개 은행이 3년간 임피제 직원에게 지급한 임금 규모가 전체의 76%를 점유하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대법원의 '임피제 폐지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후 주요 산업계가 관련 소송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임피제로 부당하게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게 소송의 주요 취지다. 

금융권에서도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전·현직 노조원 55명은 지난달 초 임피제로 삭감된 임금이 과도하다며 사측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신한금투는 지난 2011년부터 임피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도 같은 시기 회사를 상대로 임피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임피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강 의원은 은행권만 놓고 볼 때 임피제 적용 직원 수가 5월 말 2180명에 달하는데, 임피제 폐지에 따른 추가 임금은 약 1756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별로 산은이 73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은 494억원, 국민 285억원 등의 순이다. 

대표적으로 산은은 임피제를 폐지하면 급여를 퇴직 시까지 임피제 직전의 기본급을 적용하게 된다. 반대로 임피제를 적용하면 임피제 직전 기본급에 연차별 지급률을 적용해 급여를 지급한다. 특히 임피제 폐지시 해당 직원의 직무를 개편하거나 인력 운용계획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은도 임피제 폐지시 산은과 동일한 룰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안을 주문하면서 국책은행들이 고강도 비용 절감에 고심 중인 가운데, 국책은행들이 노조에 맞서 인력 조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3.40%의 압도적 찬성표를 기반으로 오는 16일 총파업을 열 예정이다. 노조는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점포폐쇄 중단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외에도 정년연장 및 임피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 의원은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은행업권 전반에서 임금피크제 전체를 무효화 또는 임금 삭감 규모를 줄이려는 노조의 요구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가 심화 또는 장기화 될 시,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은행권의 경우, 은행마다 소송 쟁점이 달라 공통된 대응책 마련이 어렵기에 금융위원회 차원에서의 금융업권 임금피크제도에 대한 실태 파악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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