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졸속 입법 평가…FTA·WTO 협정 등 위배
IRA,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민주당 밀어붙여…상원 통과 전 세부규정 급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당황시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관련해 지속적인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총력전을 통해 밀실·졸속 입법으로 평가받는 IR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오하이오주 내 얼티엄셀즈 전기차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와 관련해 정부의 총력전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곧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IRA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 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미 정·관계에 따르면 IRA 모태인 '더 나은 재건법(BBB)'은 전기차 보조금(대당 1만2500달러) 등 총 4조달러에 이르는 큰 정책이었다. 하지만 재원 마련 우려 탓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 이견으로 지난 6월 좌초됐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진 민주당 지도부는 법안 규모를 4000억달러로 줄이고, BBB에 반대한 의원들을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7월 화석연료의 중심인 웨스트버지니아 출신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깐깐하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보조금 조항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맨친 의원의 제안은 △북미에서 생산 △미국산 배터리 광물 조달 △북미산 배터리 부품 조달 등을 전제로 전기차 보조금을 대당 7500달러로 매기는 것이었다.

9월부터 중간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민주당은 8월 중 법안 처리가 시급했다. 미 의회는 7월 27일 법안을 공개했고, 며칠 뒤 세부 규정이 급조됐다. 상원은 휴회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달 7일 기습적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뒤 휴회에 들어간 하원은 12일 의원들을 긴급 소집해 투표를 진행했다. 휴회 탓에 하원 의원 절반인 200여 명이 대리투표로 진행해 지금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이 발의된 지 불과 2주 만에 상·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투표했다"며 "미국 행정부도 법안 통과 뒤에야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원과 행정부조차 법안의 세부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급박하게 진행된 상황에서 미국 외 타 국가나 기업에서 IRA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기엔 불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대미(對美) 외교 총력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정부 양자 간 협의체를 조기 가동해 법 개정 및 행정 조치를 요구하는 동시에 EU, 일본 등과 협력해 다자 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법 개정을 촉구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방미 기간에 상·하원 인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다만 조기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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