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마녀사냥의 화살촉이 이번에는 조승우를 향했다. 활시위를 쥔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팬을 자청하는 익명의 사람들이었다. 그는 단호했고,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사과했다. 그러나 한번 달아오른 뜨거운 냄비는 도무지 식을 줄 모른다.

조승우는 3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광주공연 직후 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한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팬들에게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그거 왜 하냐, 욕을 왜 하냐, 하지말라”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졌다.

   
▲ 논란이 된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사진

해당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보장돼 활동하는 회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일부 게시물에는 다른 팬클럽이나 팬카페와는 달리 익명을 전제로 한 반말, 안티, 비방, 인신공격 등이 담겨있기도 했다.

커뮤니티 소속 팬들 중 일부는 합성사진, 비방, 인신공격 등을 해학이나 풍자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조승우 본인 뿐만 아니라 소속사와 매니저 등 주변인에 대한 비방과 욕설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한 팬은 “과거 이 커뮤니티에서 매니저가 집중적으로 인신공격 당하는 것을 본 후 조승우가 안좋은 인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4일 해당 커뮤니티에 조승우가 직접 입장을 밝힌 이유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3일 벌어진 상황에 대해 ‘조승우가 사과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등장했고, 여기에 ‘사과해 개XX야’라는 댓글이 달렸다. 조승우는 직접 댓글을 통해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욕을 먹고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싫어한다”며 “새로운 문화라고 하지만 욕이 난무하는 이곳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승우는 자필 편지를 통해 “처음부터 함께 해 온 팬이란 무명일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 준 ’몽룡이네‘와 ’위드승우‘다. 나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방법은 팬 카페나 갤 말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 사과드린다”고 사과함과 동시에 일관된 입장을 고수했다.

   
▲ 논란이된 커뮤니티 댓글. 조승우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게시물에 '사과해 개XX야'라는 댓글 아래 조승우가 실명으로 입장을 게재했다 / 사진=해당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커지자 6일 오전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근 일어난 불미스런 비방 및 욕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특정 팬카페 단체관람 특혜, 팬카페 가입절차, 기존 팬카페 회원들의 갑질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팬카페 측은 반발했다. 관계자는 “가입시 신분증을 요구하는건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운영지침에 의한 것이다. 거짓가입 방지를 위해 얼굴, 생년월만 확인한다”며 “몽룡이네와 위드승우 두 팬카페에 할당된 단체관람 티켓은 보통 조승우의 첫공연과 마지막공연 각각 20~30장씩이었다. 헤드윅 100회 공연 외 예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매 시작과 동시에 팬카페 운영진이 다수의 티켓을 예매한 뒤 회원에게 양도하는 경우는 있다. 자칫 단체관람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일반관객과 같은 방식으로 예매하는 것인 만큼 논란이 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팬카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팬들도 많지만, 블로그나 SNS를 통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팬들도 많다. 조승우도 팬카페 회원이라도 특별대우는 하지 않는다”며 “티켓관련 의혹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며, 논란의 쟁점은 커뮤니티 회원들이 ‘익살이나 해학’이라고 말하는 욕설과 비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승우의 자필 입장 표명 / 사진=해당 커뮤니티 캡처

익명성이 보장된 상황에서 배우와 주변인을 비방하며 자신을 팬이라 지칭할 수 있을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합성사진과 비방 욕설을 ‘익살이나 해학’이라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커뮤니티가 주장하는 단체관람 문제는 1세대 아이돌이 등장했던 시기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악습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두 팬카페에 할당된 티켓은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 한해 평균 40~60장으로, 조승우가 공연하는 1700~2000석 규모 공연장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보통 아이돌 콘서트나 톱클래스 뮤지컬 스타들에 비해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물론 조승우의 강경발언은 그를 좋게 평하던 커뮤니티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언제고 필요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3일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종종 해당 커뮤니티의 비방과 욕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매니저, 전 소속사, 현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한 욕설 비방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왔다.

이번 사태는 조승우 뿐만 아니라 최근 변질되고 있는 팬덤문화의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확산을 통한 익명성 보장, 악플이 일반화되는 시류에 따라 편가르고 서로 비난을 일삼는 팬덤의 행태는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무거운 짐을 던져줄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 조승우 / 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