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반발에 강 회장 지켜보다 퇴장…노조 "총파업 후 독자쟁의 계획"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7일 본점 부산이전 관련 직원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다수 직원들의 적대적 반응에 설명회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부산이전 추진 계획안을 마련한 게 세간에 알려지면서, 관련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 산은 직원들이 대거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강 회장에게 적대적인 노조와 비노조원 간 '노노갈등'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산이전 관련 직원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강 회장이 설명회 예정지였던 강당에 들어서자, 다수 직원들이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일거에 퇴장했다는 후문이다. 강 회장은 남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퇴장하는 직원과 남아있는 직원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설명회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갈등' 형국이 자칫 '노노갈등'으로 심화될 것을 우려해 강 회장이 부득이 설명회를 취소하고 추후 개최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7일 본점 부산이전 관련 직원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다수 직원들의 적대적 반응에 설명회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강 회장이 노조에 성명서를 낭독하는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 관계자는 "지난 1차 설명회 당시 공식적인 지방이전 설명회가 아니었음에도 매체나 금융위 자료에서 부산이전이 본격 논의된 것처럼 묘사돼 직원들이 이미 분노한 상태였다"며 "(이번 설명회 당시) 직원들이 (강당에서) 빠져나갈 때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서 앉아있는 비노조원도 있었는데 (노조원과) 조금씩 갈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사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밀실' 이전 논의를 이어가는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에서 산은 부산이전을 재차 강조했고, 이 자리에 동석한 강 회장도 이전에 화답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뒤이어 금융위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산은 부산이전 추진계획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던 직원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균형발전위원회)는 산은 등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추진방안을 실무 검토하고 있다. 이달 출범 예정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와 산은은 계획 확정에 앞서 △부산시와 이전 대상부지 실무협의 △이전대상 업무 선별 △서울사무소 설치 및 본점-서울사무소 간 기능조정 △인력·설비 이전 일정 △전산망 구축방안 등 기본방안을 연내 검토할 방침이다. 

특히 이전대상 업무 선별과 본점-서울사무소 기능조정은 이미 논의 중인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조직을 정책·시장 기능으로 이원화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업무가 필수인 시장기능(△발행시장실 △M&A컨설팅실 △PE실 △스케일업금융실 △벤처금융본부 △기업금융실)은 서울에 잔류하고 정책업무(△종합기획부 △영업기획부 △재무기획부 △인사부 △총무부)는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 구조조정본부도 부산이전 부서로 점쳐진다. 

이 외 수석부행장 중심으로 운영한 '부산이전 TF'가 이달부터 회장 직속 전담조직으로 격상한다. 또 직원설명회, 노사협의회 등 노사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주거지원 및 공공기관 예산지침 특례 인정으로 직원들의 불만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내년에는 한층 가시적이다. 우선 국토부와 금융위가 '산업은행의 이전공공기관 지정안' 균발위를 상정해 심의·의결을 거치면, 국토부 장관이 최종 승인할 계획이다. 또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는 산은법 제4조도 내년 개정을 준비한다. 산은법 개정은 다수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부의 계획안이 매우 구체적인 탓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산은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만약 발령을 대거 내버리면 본점은 서울에 있지만 실질적인 기능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법이 개정돼야 직원이 내려가고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2023년 이후에는 산은이 부지매입 및 사옥 신축·이전 실무절차를 거치고, 건물 준공에 맞춰 본점을 부산으로 옮긴다는 구상이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 부지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위치한 부산 남구 문현동이다. BIFC에는 이미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기관이 입주해 있다. 기술보증기금도 본점 사옥이 문현동에 위치해 있다.

금융위의 계획안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단순 구상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 발표안에 대해 한 산은 노조 관계자는 "당사자는 산은 직원들인데 그런 절차나 과정에 대한 공개 없이 의원실이나 금융위에서 별도로 만든 자료가 공개되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위 자료는 우리와 협의된 게 아니고 모르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내용을 언론을 통해 접하니 답답한 노릇이다"고 전했다.

한편 강 회장은 취임 직후 직원과의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산이전 TF'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 직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50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 산은 본점에서 부산이전 반대를 외치는 가운데, 금융노조는 오는 16일 예정된 총파업에서 산은 부산이전 반대를 강조할 예정이다. 산은 노조도 총파업 이후 별도의 독자쟁의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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