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경력단절여성 채용 증가에 따른 사각지대...문화 및 인식 등 정착시간 필요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시중은행들마다 경력단절 여성 채용을 잇따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4시간 이상 근무, 정규직과의 차별 등과 같은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문화와 인식 정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을 비롯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에 나서고 있다. 경단녀 채용 형태가 서로 다른 양상이다.

   
▲ 7일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시한은행을 비롯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을 늘리고 있다/사진=SBS캡쳐

신한은행은 정규직의 고용형태다. 경력단절여성을 지난해 220명을 뽑는데 이어 올해 280명을 채용한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경단녀를 선발하는데 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이머 형태다.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경력단절여성 330명을 파트타이머(시간제 종사원)로 채용한다. 우선 계약직으로 채용되며 1년이 지난 후 성과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국민은행도 오는 15일까지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150명의 파트타이머를 채용한다. 국민은행은 8시간 근무하는 일급제와 5시간을 근무하는 시간급제로 나눠 채용을 진행하고 취업 후 성과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은행권에서 경단녀의 대한 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내세운 '시간선택제'와는 다르다. 정부가 기대하는 경단녀의 시간선택제는 정규직이다.  경단녀를 위해 파트타이머를 뽑겠다는 것은 환영이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시 여전히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 특히 경단녀의 고용 기회 제공 등을 맞추기 위한 전시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시간선택제는 정규직 형태이며 고용 이후의 근로 복지도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을 지니는 파트타임(4~5시간)이다.

은행권의 경단녀 시간선택제 채용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선택제에 대해서 정규직 고용과 이에 상응하는 복지 수준을 요구하게 되면 은행권 등 여러 기업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정착하지 않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행에서 고용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8시간 근무에 초과 근무 등을 하는 문화가 바뀌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에 대해 선진국들도 정착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시간선택제를 먼저 시도했던 네덜란드, 스웨덴 등도 정착하는데만 20~30년이 소요됐다"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일자리를 충족하는 부분에서 다양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정부의 방침대로 정규직의 시간선택제를 시도하는 은행 등에는 고용하는 인원수에 대해 인건비를 보조해 주는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