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기준 5만3970원·판매가 2만 원 가량 상회…세제 변경시 1800억 원 세수 확보 가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된 세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담배값과 무관하게 양에 따라 세금이 책정되는 종량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액상 1㎖에 매겨지는 세금은 △담배소비세 628원 △지방교육세 276원 △개별소비세 370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525원 등 1799원으로, 액상 전자담배 1개(30㎖) 기준으로 보면 5만3970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또한 판매가(3만~3만5000원 안팎)를 2만 원 가까이 상회하는 것으로, 2위(미국 코네티컷주) 보다도 365%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국회 앞에서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제공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잎 대신 뿌리·줄기에서 니코틴을 추출하거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등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정부도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액상형 전자담배인 CSV 판매량이 '0'으로 기록됐다.

사용하는 기기 및 액상의 종류에 따라 액상 소모량이 다른데도 일괄적인 세금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15일 국회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환경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업자들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면서 판매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현황을 파악하고, 조세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도 세제를 종가세로 변경하는 등 시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세금이 조정되면 연간 1800억 원에 달하는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책정에 쓰인 실험 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채택한 광산란 방식은 공기 중에 레이저 광선을 투과시킨 뒤 반사되는 광선을 분석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수분이 많은 장소에서 실시하면 농도가 과대평가 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 국내외 전자담배 세율(30㎖ 기준)/사진=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업계는 앞서 정부가 내놓은 성분 함량 데이터도 언급했다. 아크롤레인은 국내 궐련 제품에만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전자담배가 더 해롭다는 식의 발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국내 궐련 브랜드가 액상형 보다 11배, 아세트알데히드는 560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세톤·프로피오알데히드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약전처도 논란을 빚고 있다. 식약처는 국내 액상형 제품에서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극미량 검출됐다며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총연합회는 이에 대해 검증한 결과 특정 제품에서 이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거부했다. 총연합회는 정보공개거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년에 걸친 공방 끝에 '실험 결과 관련 내부 보고서 공개 결정'을 비롯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업계는 "전세계 학자들이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일반담배 보다 낮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국내 의학계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중증 폐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면서 "수증기를 미세먼지라고 말하면서까지 전자담배에 대한 굴레를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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