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부에 핵 및 비핵 공격 감행 또는 임박’ 명시
한미의 참수작전 염두에 둔 자의적 선제공격으로 확대
전봉근 “초기 핵무장 취약 상태 줄이려 개발 가속화”
“1차 흡수 뒤 2차 핵타격 능력 개발…현실 해법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9월 8일 ‘핵무력정책’ 법령 공포는 지난 2013년 4월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 법령 채택 이후 추가 조치이다.  

북한은 이번 법령에 핵무기의 지휘통제 및 사용 조건을 명확히 명시했다. 3조에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갖되 국무위원장이 임명하는 ‘국가핵무력지휘기구’가 보좌한다고 정했다. 

또 6조에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의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을 때, 국가지도부에 핵 및 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을 때, 국가 중요 전략적 대상에 대한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을 때를 비롯해 전쟁 작전상 필요할 때, 국가와 인민에 파국적 위기가 초래될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북한이 국가지도부를 명시한 것은 ‘참수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에 대한 위협을 감지했을 때 선제공격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자의적 해석으로 핵무기 사용을 확대해 위협을 고조시킨 북한은 9조에선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갱신하고 강화한다’고 정해 추가 핵실험도 예고했다. 

이는 지난 9년동안 북한이 고도화시킨 핵·미사일 능력이 이번 법령에 반영된 것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새로운 길’을 선언한 이후 당초 계획된 2차 핵타격 능력 구축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그의 저서 ‘비핵화의 정치’에서 “앞으로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핵무장력 증강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북한은 현재와 같이 초기 핵무장 단계에서 안보가 더욱 취약해지는 과도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선언한 핵억제와 핵보복 전략을 실현하려면 상대의 1차 핵타격을 흡수한 뒤 2차 핵타격을 가하는데 필요한 핵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와 같이 초기 핵무장 단계에서 안보가 더욱 취약해지는 과도기를 최대한 줄이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북한이 한미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핵억제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핵보복을 위한 ‘2차 핵타격’ 능력을 조기에 구축하는데 국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를 위해 핵물질 추가 생산, 핵무기 생산 증가, 핵탄두의 경량화와 소형화, 탄도미사일 성능 개선, 잠수함발사미사일 발사기술 개발 및 미사일발사 잠수함 개발 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한이 올해 들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이후 당초 계획됐다가 일시적으로 중단한 핵무장 완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을 향하던 핵위협이 남한과 주한미군을 향하고, 이를 위해 전술핵무기 배치가 우선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9일 밤 평양 만수대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정권수립기념일 74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9.9./사진=뉴스1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이상 비핵화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으로 미국과 새로운 담판 구도를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장 한미의 ‘참수작전’ 등 ‘1차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전술핵무기 우선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의 이번 핵무력정책 공포는 최근 국제정세에 대한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그 어떤 조치도 성사되지 못한 점,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협력하는 등 신냉전 구도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미국이 조성해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 하에서, 더욱이 핵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제 만약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 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의 반공화국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법령에 핵무기 전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염두에 두고 ‘핵무기를 다른 나라의 영토에 배비하거나 공유하지 않으며 핵무기와 관련 기술, 설비, 무기급핵물질을 이전하지 않는다’라고도 명시했지만 이 역시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법령 채택 이후 2016년에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장을 주장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5가지 조건을 제시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5개 조건은 남한 내 미국 핵무기 공개, 남한 내 미국 핵무기와 기지 철폐 및 검증 수용,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와 인근지역 반입 금지 보장, 대북 핵무기 사용 및 사용위협 금지 약속, 주한미군 철수 선포였다.

이번 북한의 핵무력정책 공포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나마 지난 2018년처럼 북한의 대화 제안 또는 수용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당시에도 미국의 미어샤이머 시카고대교수가 그해 3월 국내 강연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10월 존 브레넌 전 미국 CIA 국장은 북미 충돌 가능성을 20~25%로 판단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해 대화 및 외교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압박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14일 서울에서 열린 11차 한독통일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김준표 통일정책실장은 “과거에도 북한은 대화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할 때 대화에 나왔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대가가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제재 압력과 동시에 대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해 현 대북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전봉근 교수는 “북한이 핵무장한 이상 결코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북핵 능력은 계속 증가하고, 비핵화 비용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체제위기와 정권위기 속에서 붕괴가 임박한 나라가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영향도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따라서 한반도의 뉴노멀에 부합하는 보다 현실적인 비핵화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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