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 공식발표-일본 입장, 차이 뚜렷…日 관방장관 "현 시점에서 아무런 결정 안 났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본과는 양자 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서로 합의해 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 흔쾌히 합의됐고 만나서 어떤 얘기를 나눌지 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기시다 총리의 뉴욕 방문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아무런 결정이 나지 않았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기자회견)

15일 오후 알려진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오는 20~21일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한국측 발표와 관련해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해외 순방 관련 브리핑을 갖고 "현재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자들을 만나 "어차피 빡빡한 일정이기 때문에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함께 얼굴을 마주보고 진행하는 양자 회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서 나온 전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확정됐고 의제만 미정이라는 얘기다.

   
▲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8월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에 대해 질문 받자, 위와 같이 답하면서 사실관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양국 간 온도 차가 뚜렷한 장면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아직 공식 양자회담을 갖지 못했다.

양측은 앞서 지난 6월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수차례 대면했으나, 공식 회담을 하지 않았다.

다만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일 관계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외교 당국 간에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 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에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이라며 "현재의 전략 환경에 비추어 한일, 한미일 협력의 진전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때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교 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건전하게 복원하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이 (한미 및 한일) 양자 회담이 유엔 총회 연설 이외에는 핵심 정상 외교 일정이 아닌가, 이렇게 뉴욕 일정을 저희들은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며칠 뒤면 이날 나온 대통령실의 한일정상회담 발표가 사실 맞는지 아닐지가 판가름될 전망이다. 한일 양측의 신중한 조율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