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초일류 삼성’ 첫 걸음 사회공헌 의지
삼성, 1993년부터 29년간 시각장애인안내견 학교 운영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는 1993년 6월 7일 삼성의 신경영을 선언한 이 회장의 생각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 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1993년 9월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265마리의 안내견이 분양됐다.

   
▲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안내견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세계안내견협회(IGDF)에 등록된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해외에서는 안내견 학교를 주로 민간이 기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사기업 주도로 안내견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삼성이 사실상 유일하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는 개 먹는 나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안내견” 이라며 “90년대 초만 하더라고 민간이 재원을 들여 안내견학교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안내견 학교의 시스템을 확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교육 과정을 익히기 위해 외국에 인력을 파견했고, 해외 고문도 초빙하면서 노하우를 다졌다. 사회 인식도 걸림돌이었다. 법과 제도가 전무하다 시피해 안내견 훈련을 위해 공중시설에 들어가면 쫓겨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안내견학교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안내견을 스스로 관리하고 훌륭한 반려견 보호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1993년 미국 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애완견과 함께 포즈를 취한 故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를 위해 안내견학교에서는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 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일대일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은 안내견 분양 교육이 완료된 이후에도 소속 훈련사들을 통해  안내견이 은퇴할 때까지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하고, 무엇보다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이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 번 맺은 인연이 수십 년간 지속되기 때문에 학생 시기 처음 안내견  파트너가 된 인연이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까지 안내견이 함께 함. 파트너의 인생 전반에 안내견학교가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서는 훈련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기간인 7~8년을 더해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2023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3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은 지금껏 걸어 온 29년의 길이 그러했듯 각 장애인의 가족이자 파트너, 그리고 '눈' 역할을 해줄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안내견이 보행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과 훈련, 직원교육 등에서 세계안내견협회의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안내견과 파트너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다.

또 NGO와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다.

안내견과 파트너, 사회 주요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안내견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이해가 수반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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